신상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먹어 봐야 직성이 풀린다. 좋아하고 선호하는 아이스크림이 있지만 새로운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꼭 먹어 본다. 기업과 연구진들이 심혈을 기울인 아이스크림들은 다음 해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마니아 층도 많고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은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만들어 높은 견고한 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내 입맛과는 거리가 멀다. 기존의 맛을 재탕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새로운 맛은 보수화된 내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얼리어답터처럼 새로운 전자 제품에 대한 호기심은 전혀 없지만 500원으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인 아이스크림의 신상은 귀신같이 파악하고 있다. 수시로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판대를 훑거나 아이스크림 매장을 매주 순찰하는 것이다. 사실 새로운 아이스크림이라고 해봤자 그 맛의 차이는 미미하다. 달달한 설탕과 우유가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에 과일 향과 초콜릿이나 바닐라가 선사하는 맛의 변주는 큰 차이가 없다. 기존에 인기 있었던 아이스크림에다가 조금씩 변형이 들어가 있는 게 전부이다. 그 사소한 차이가 소비자의 취향을 만들어 낸다.
내가 가지고 싶은 기타의 가격은 700만 원 대 깁슨 커스텀 숍 제품이다. 보통 사람이 들어보면 30만 원짜리 기타와 100만 원짜리 기타, 700만 원짜리 기타의 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기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기타를 판매하는 사장님, 유튜버의 리뷰어들은 그 소리를 명확히 구분해 내지만 절대다수는 그 차이를 알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기타 시장이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다. 기타는 구성하는 나무에 따라, 픽업과 헤드의 무게, 줄감개의 사소한 차이에 따라서도 소리는 달라진다.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그 사소함의 차이가 몇만 원에서 몇 백만 원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 목록을 보며 아내는 한마디 거든다.
[도대체 왜 맛없고 이상한 아이스크림을 매번 사는 거야? 먹으면서 매번 맛없다고 다신 안 산다고 말하잖아?]
사소함과 사소함으로 무장된 내 인생 아이스크림이 나올때 까지. 오늘도 그리고 난 똑같이 대답한다.
[내 인생 아이스크림이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늦기 전에 준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