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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May 30. 2021

내 공간의 변화

 결혼을 하고 나서 내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변화해 버렸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 내 공간과 시간은 축소됐다. 혼자 지내기엔 25평의 공간은 충분히 넓었다. 원룸과 투룸, 주택과 아파트를 오가며 자취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필요했던 공간은 생활공간과 수면 공간뿐이었다. 원룸에 살 땐 식사를 포함한 생활과 수면을 한 곳에서 했었다. 신촌에서 2000에 35만 원 1층 원룸에서 2년간 생활하면서 크게 불편감은 느끼지 못했다. 밥을 먹고 난 뒤에 환기가 좀 아쉬웠다는 점과 직장을 걸어가기엔 20분이 넘게 걸렸다는 점이 불편했었다. 부산에 오고 나서 투룸에서 생활하면서 이전에 느꼈던 불편감은 사라졌다. 혼자 살기엔 방 두 개면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식사도 대부분 사 먹거나 라면 같은 간단한 식사를 했었기 때문에 조리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이러한 자취 습관으로 인해 25평 방 3개 거실 1개인 공간에서 내가 사용하는 공간은 안방과 거실 뿐이었다. 결혼하기 전엔 방 두 개는 비어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거실에 폼 나게 진열되어 있던 일렉기타와 스피커, 컴퓨터가 중간 방으로 옮겨져 내 방이 꾸려졌다. 다른 방 한 개는 아내의 방이 되었다. 기쁨이가 태어나서부터는 다시 변화가 찾아왔다. 안방의 침대엔 아내와 기쁨이가 밤에 잠을 자며 기저귀 교환대가 놓여있다. 코를 심하게 골기 때문에 난 거실에서 잠을 자는데 그곳에는 기쁨이가 생활하는 큰 매트리스가 내 침대이자 수면 공간이 됐다. 내 방도 아내의 컴퓨터가 들어와서 컴퓨터가 두 대가 같이 있으며 아내가 쓰던 책상도 들어와서 내가 쓰던 공간이 절반으로 줄게 된 것이다. 아내의 방은 기쁨이 방이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일 테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개인이고, 개인은 홀로 있는 존재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꾸려내는 것도, 사회를 만드는 것도 개인이다. 그 개인이 있는 공간은 중요하다. 내 컴퓨터와 아내의 컴퓨터가 있는 방엔 아내의 짐이 몇 개 옮겨졌지만 그 공간은 오롯이 내가 사용하고 있다. 벽에는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의 사진과 앨범 커버가 붙어있다. 거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할애하지만, 내가 혼자 있을 공간은 필요하다. 개인이 존재하기 위해선 개인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공간에서 글이 나오고 사색이 나오고 하물며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푸념이 떠오르는 것이다.


 사람을 어림잡아 파악하는 데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무엇을 먹는지,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등 수많은 판단과 방법이 있을 테고 그러한 특징들이 그 사람을 이렇다 하고 규정짓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개인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그 공간에서 보냈던 시간과 사색이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생활의 긴장에서 벗어나서 오롯이 혼자서 있을 공간. 벤치도 상관없고 카페의 한구석도 상관없다. 개인이 혼자서 사색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기쁨이의 울음소리와 아내의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그리울 수 있지만 그것이 미치지 않는 나만의 공간.


 오늘도 난 배부른 소리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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