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했었던 선생님에게 카톡이 왔다.
[조르바 다음 메인 인디?ㅋ 다음 보다가 우연히 클릭해서 드갔는데.....(이하 중략)]
아내가 기쁨이와 자고 있던 모습을 담은 글이 다음 메인에 있었나 보다. 알람이 떠서 봤었는데 조회 수 1000, 2000 이러다가 마지막에 200000을 돌파했다는 알람이 떴다. 내 글을 구독하고 있는 분은 60여 명 남짓. 그리고 특정 글의 조회 수 20만은 갭의 차이가 너무 크다.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서 내 글을 찾으려고 해도 시간이 지나선지 보이지 않았다. 저 글 이후로 다른 글들도 알람이 뜨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이런 조회 수 알람 기능이 있었다는 것도 1년이 지나서야 처음 알았다. 그전에는 내가 썼던 글들의 조회 수는 1000이 넘지 않았다는 뜻일 거다. 브런치에는 대략 1년 전부터 시간이 있을 때마다 푸념과 칼럼 형식의 짧은 글들을 올렸다. 1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갑작스러운 반응이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쓰는 이야기는 임팩트가 있거나 삶에 묵직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대단한 글들이 아니다.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내 나름의 관점에서 쓴 것이다. 특별한 사유가 들어 있다기보단 나름의 이유로 불편했던 점을 내가 매번 하는 대화 형식으로 글을 써 내려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감상문의 모음이 적당하겠다. 그런 감상문들의 조각들에서 조회 수 알람이 뜨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내 글의 수준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크게 바뀌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러한 글들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본다니 조금은 더 진지하게 써야 하나 싶다. 내가 쓰는 4문단 정도의 글 하나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이면 쓴다. 주제를 생각해 내거나 쓰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글 쓰는 행위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4문단을 쓰는 것도 신문에 칼럼을 싣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해왔던 습관이다. 기승전결의 글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4개의 문단으로 나눠서 썼었는데 습관이 돼버린 거다.
출산휴가를 써서 출근을 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브런치에 글 쓸 시간이 생겨서 평소 때보다 자주 쓰고 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1달 넘게 쓰지 않은 적도 있었고 밀접접촉자로 판명되어 2주간 격리를 하면서 매일 글을 남길 때도 있었다. 이번 조회 수 떡상(?)은 그거랑은 별개로 1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쓴 나에게 주는 상으로 생각하고 싶다. 브런치의 에디터 분들이 특정 주제를 가지고 그에 합당한 글이라 판명되어 노출을 했던 것인데 내가 오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을 공감해 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점과, 과거에 썼던 글들을 하나씩 다 읽어 보면서 피드백을 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내 가치관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과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공감받았다는 기쁨이 크다. 나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P.S - '그리스인 조르바' 책을 수시로 권유하고, 내가 썼던 책에서조차 온통 조르바의 활약상을 늘어놓았으니 같이 일했었던 임상교수님이 나를 조르바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