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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눈사람이 되는 날까지

by 돌돌이

지금껏 써왔던 브런치의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낼 생각이다.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을 누가 보겠냐 만은, 내 이름이 박혀있는 책 표지를 보면 내심 뿌듯할 거다.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묶어서 매일 겪는 경험과 감정의 변화들을 지금의 글처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낼 거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특별한 울림은 주지 못할지라도 소소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런 내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더라도 내 삶의 역사를 기술했다는 점에서 사료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자니, 아무런 주제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많고 피곤할 때는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코로나 격리와 출산휴가를 보내면서 최근에 다시 글을 써 버릇 하는 습관이 들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책 한 권의 분량을 위해 2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금 올리는 추세라면 1년에 한 권씩 발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생각보다 200페이지가 넘는 흰 여백을 채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 "조르바가 알려주는 선택법"을 쓸 때도 3개월 동안 카페에서 하루 종일 작업을 했었다. 일도 그만두고 카페에 앉아서 혼자 자료를 조사하고 오탈자를 바로잡고 몇 번의 수정을 거쳐서 전자책으로 나왔을 때의 그 행복이란. 전자책만 출판사와 계약하고 종이책에 관한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는 계약서를 아직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내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가 망해버려서 전자책도 출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내가 썼던 책은 판매장소가 존재하지 않는 절판되어버린 책이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피드백을 받았을 때 큰 즐거움이 있었다. 온라인의 호응과는 다르게 돈을 주고 내 글을 구입해서 읽는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매주 5개씩 글을 올려서 한 달에 20개씩 10달이면 200개의 글이 된다. 글 하나 당 페이지 수가 2페이지 남짓일 테니 300페이지는 족히 되는 분량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맥시멈을 표현한 것이고, 한주에 3개만 써도 충분히 많이 쓰고 만족스러운 수치다. 기쁨이가 태어나고, 시술방에 새로이 트레이닝을 받고 다시 논문을 쓸 준비를 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더 없어졌지만 글은 더 꾸준히 쓰고 있다. 버스에서 조금씩, 점심시간에 또 조금씩, 그렇게 이틀 정도 자투리 시간과 글들을 모으면 변변찮지만 제목이 달린 브런치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새로운 정보를 주는 글들도 있고 감동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글들도 많았다. 그들의 글들에 비하면 내가 주는 글의 울림은 변변찮다. 그래도 변변찮음의 한편에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글들도 있을 거라 믿는다. 각각의 들꽃들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들이 모여서 만든 넓은 들판은 정원사의 혼신의 힘을 다한 역작과는 궤가 다르다.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정원을 보면 놀라움과 관리된 아름다움에 감탄을 할 것이다. 이러한 감탄은 없지만 들꽃들은 그 자리에서 피고 지고를 반복 하며 들판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광활한 들판에서 들꽃들의 향연은 개인의 꽃들이 만들 수 없는 장관인 것이다. 눈 뭉치를 처음에 굴리다 보면 부서지고 굴러가지도 않고 흩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한번 뭉쳐진 눈덩이는 어느덧 눈공이 되고 커다란 눈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일관된 행동을 꾸준하게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인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글쓰기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내 글이 눈사람이 되는 날까지. 꾸준히 같은 자리에서 써 내려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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