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위, 대장 내시경이 주가 되지만, 추가적으로 EUS, EMR, ESD, 소장 내시경, ERCP 등의 검사와 시술을 하면서 여러 가지 말들을 한다. 시술자와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환자에게 흔히 하는 이야기까지. 오늘은 검사 전 자주 하는 말들을 적어보았다.
1.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오늘 하시는 검사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검사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기본적으로 묻는 세 가지 질문. 저 3가지는 필수사항인지라 자주 하는 말이라기보단 정형화되어 있는 문구이다. 환자 확인은 접수에서 한번, 주사실에서 한번, 검사실에서 한번. 총 세 번을 거치기 때문에 동명이인이나 이름이 비슷한 다른 검사자를 착각할 일은 없다. 그리고 금일 받게 될 검사를 본인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약 날짜를 잘못 알고 오거나 다른 검사와 착각한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2. 수면 진정 내시경으로 하시는 거 맞나요?
-> 수면 내시경은 잘못된 표기이고 진정 내시경, 정확히 이야기하면 의식하 진정 내시경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진정제를 투여하여 의식이 있는 진정상태를 유지하여 검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면과는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사 과정에서의 불편한 기억을 검사가 끝나고 나서는 인지하지 못한다. 진정 내시경은 환자의 상태와 시술의 중증도에 따라 진정 정도를 조절하여 진행하며, 사람마다 약물에 대한 순응도가 다르기 때문에 적절하게 약물을 조절하여 검사를 시행한다.
3. 대장 내시경 2년 전에 본원에서 하신 거 맞나요? 시술 후 첫 내시경이신가요? 건강검진으로 위내시경 하시는 거 맞나요? 이 해보세요. 틀니나 치아 흔들리는 거 있나요? 신발 신고 올라오세요.
-> 환자에게 과거의 기록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 신뢰도를 높이고, 추가적으로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지, 검사 기간 전까지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재차 묻는다. 생애 주기별 건강검진으로 하는 검사인지, 수술이나 시술을 했으면 지금 하는 검사가 이후 몇 번째 검사인지 등을 직접 물어보는 작업을 한다. database에 다 저장되어 있고 검사 전 파악하고 들어가지만 다시 한번 검사자에게 묻고 추가적인 변동 사항을 체크하여 오류도 줄이고 정보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위내시경의 경우 마우스피스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흔들리는 치아의 경우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치아가 기도로 들어갈 위험도 있기 부드럽게 거즈를 싸서 치아의 손상을 최소화하여 검사를 진행한다. 대장 내시경은 신발을 벗고 침대 위에 올라가지만 위내시경은 신발을 신은 채로 검사를 진행한다. 진정이 깨고 나서 신발을 다시 신다가 낙상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3. 몽롱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이 약은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진정제를 투여하기 전에 하는 말이다. 갑작스럽게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검사자도 있었고 주사약이 아파서 소리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주의를 주고 시작하면 놀람 정도가 덜해서 반응도 덜하다. 케모포트나 중심 정맥관을 삽입한 환자의 경우 약물이 투여되고 나서 매스꺼움과 약물로 인한 불편감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약물 투여전 불편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약물 주입속도를 조절한다. propofol의 경우 혈관통이 있음을 설명하고 수면 진정이 충분히 되었더라도 불편감을 느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설명한다.
주절주절 적어놓았지만 검사실에 들어와서 검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길어도 2분 안에 끝나는 말들이다. 검사를 받는 사람이 침대에 눕기까지, 그리고 누워서 마우스피스를 물리기까지, 마지막으로 약물을 투여하기까지. 내가 묻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펠로우 선생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래퍼 하셔도 되겠어요. 천천히 이야기하셔도 되는데.]
펠로우 선생님의 검사 속도가 느려서 제가 다른 곳에서 시간을 절약한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어요? 환자 파악을 더 자세히 하고 검사에 들어가면 제가 이렇게까지 안 물어도 되는데요? 라고 말해버리고 싶지만, 웃으면서 내시경 스콥을 건네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