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듣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 국민이 듣고 있나 보다. 각종 음원차트 1위란다. 밀보드에선 이미 유명한 그룹이었고 지금은 군대 밖에서도 이 노래가 들린다. 5시간이 넘는 이동시간을 이겨내고 군부대에 공연을 온 가수가 얼마나 고마웠을까? 사실 군인들에게 위문공연은 축제와 같다. 사단과 연대 차원에서 휴가증을 뿌리고 장기 자랑과 걸그룹도 볼 수 있으니까. 그만큼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호응을 해준다. 군인들은 호응을 '해'주는 것이 아닌 호응을 받아 가는 거다. 마땅한 놀이가 없는 군대에서 걸그룹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지루한 군 생활의 한줄기 빛이었을 테니까.
브레이브 걸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군인을 위한 위문공연의 고마움도 있었겠지만, 노래가 산뜻하다. 상큼한 보이스에 신나는 분위기를 품은, 우리가 좋아하던 k-pop의 느낌을 품고 있어서다. 그리고 이 노래는 중간에 랩이 없다. 그래서 더 좋다. 갑자기 허스키한 보이스를 내뿜으며 강렬한 눈빛을 쏘며 랩을 하는 파트가 없어서 좋다. 그때 우리가 좋아했던 개성 있는 댄스와 시원한 목소리, 예쁜 아이돌이 부르는 신나는 후렴구까지. 꼬북좌라 불리는 멤버의 웃음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메보좌의 보컬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기다리고 있잖아 Babe Just only you'
'하루가 멀다 하고 Rolling in the deep'
난 이 부분이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너만 좋다며 기다린다는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가 있으려나.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랑에 빠졌다니. 웃음이 예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춤추며 속삭이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당분간 이 노래는 인기를 유지할 것 같다. 학폭과 왕따 논란으로 수많은 연예인들의 추잡한 기사들에서 그녀들의 웃음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그것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나 보다. 그룹의 바지가 너무 짧고 위문열차 카메라 감독의 포커스가 다리부터 훑어서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도 있었다. 춤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사람도 있고 의자 위에서 추는 자세가 너무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금은 의자에 올라가서 춤을 추진 않는다. 위험하기도 하고 그룹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발목에 무리가 가는 춤선은 뺏을 테니까. 불편하다고 여기는 댓글에는 팩폭과 대댓글로 때려버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PC 주의는 많은 것을 앗아갔으며 이제 사람들은 PC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 내가 좋아했던 미드 오피스의 주인공 마이클은 다시는 나올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이 불편한 사람들은 웃음과 다양성을 없애 버렸다.
흑인 쿼터제라고 한참 유행하던 짤들과 용어가 있었다. 드라마의 아킬레우스가 흑인이며, 로빈 후드의 신부가 흑인, 아서왕의 부인이 흑인이며 촬영 중인 덴마크 동화인 인어공주의 주인공도 흑인이다. 태조 왕건을 찍는데 최수종 역을 흑인이 하는 거다. 역사적 고증은 상관없이 흑인을 배정해 줘야 공평하니까. 그리고 흑인도 주인공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그걸 시대극에까지 하니 대규모 반발이 일어난 거다. 걸그룹의 치마가 짧은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흑인이 주인공을 하는 것은 상관없다는 그 발상. 고정관념이 아니라 애초에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기에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거다. 자기가 노력해서 관리한 신체를 들어내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미니스커트는 여성이 쟁취한 권리인데 그것을 비난하고 욕을 하는 걸 보면 PC 주의와 페미니즘은 완전히 방향성을 잃었다.
그 사람이 그런 몸매를 얻기 위해 꾸준히 해온 노력은 상관없이 몸매에 관한 가치관을 바꿔서 현재 내 모습에 대한 부정한(?) 시선을 바꾸겠다. 아이돌의 마른 몸매에 대해 품평을 하며 빗댄 몇몇의 시각이었다. 사실 댓글을 쓰는 사람의 몸매엔 그 누구도 관심이 전혀 없다. 길을 지나가다 마르거나 뚱뚱한 사람을 봐도 다들 관심이 없다. 수많은 노력과 준비를 한 사람에게 나와 동일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해선 안된다. 그가 이룬 노력과 결과를 부러워하고 샘이 나서 불편해할 순 있지만 비난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