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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의 변화

by 돌돌이

아내가 출산을 하고 2주간의 산후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기쁨이와 함께 입성했다. 거북이 코코와 루이는 둘째 치고, 고양이 토리는 확실히 경계하는 눈치다. 처음 본 아기라는 생명체는 수시로 울고 보채며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의 품과 아빠의 품에서 보낸다. 반려동물이자 사랑스러운 가족인 토리를 서로 안고 놀아 주던 우리가 자기 대신에 기쁨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토리는 한 번도 기쁨이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공격적인 모습은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우는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가기 바쁘고, 기쁨이가 울고 있는데 와이프와 내가 보러 가지 않으면 오히려 가서 쳐다보며 우리를 기다리기도 했다.


기쁨이가 집에 오면서 토리는 알게 모르게 긴장감 속에서 생활을 이어 나갔다. 머리를 부딪치며 나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고 애교도 부리지만 만지려 하면 쏙 빠져나가며 저 멀리 거리를 두고 앉았다. 함께 소파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고 기분 좋게 우리와 함게 했었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멀리서 우리 세 식구를 관망할 뿐이었다. 물론 장난감으로 놀아주거나 간식을 줄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오는 토리지만, 보통 때엔 캣폴에서 쉬거나 멀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시우가 온 이후로 소파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거실 생활 반경은 소파에 한정되기 때문에 토리는 항상 소파에서 우리랑 함께 놀거나 뛰어놀았었다. 소파 위를 우다다 거리며 뛰어놀아도 크게 재재하지 않기도 했지만, 애초에 소파를 포기한(?) 지 오래인지라 스크래치가 나도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기쁨이의 등장으로 토리는 소파 공간을 완전히 빼앗기게 된다. 수유를 해야 할 경우 소파에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울면서 모유나 분유를 먹는 기쁨이는 토리의 영역과 시간을 뺏어버렸다. 수유쿠션과 역류 방지 침대가 소파에 있으며 손수건과 아기 물품들이 널브러져 있으니 나와 아내밖에 없었던 넓은 소파 공간은 사람 두 명이 앉으면 딱 맞는 공간이 돼버렸다.


기쁨이가 온 지 이제 2주 가까이 지났고 토리도 어느 정도 적응하는 눈치다. 삐져서 거리를 뒀었던 지난 시간과 비교해보면 애교도 많아지고 안고 있어도 도망가지 않는다. 쓰다듬어도 배를 보이며 다시 눕고 내 다리를 안으면서 먼저 다시 공격하며 장난치기도 했다. 처음엔 기쁨이 곁에 가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한 번씩 냄새를 맡거나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와이프가 자리를 뜨면 이전처럼 따라오기 시작했다. 화장실은 물론, 샤워를 해도 문을 열어 놓고 해야 할 판이다. 원래 졸졸 따라다니는 걸 좋아하는 토리였지만, 기쁨이가 오고 나선 기쁨이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한다. 경쟁상대로 여길까 걱정했지만, 토리는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 인식한 것 같다. 자고 있는 기쁨이를 쳐다보고 들여다봐도 크게 관심은 없어 보인다. 더 이상은 소파에 올라오지 않는 토리. 기쁨이의 등장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우리 토리의 마음을 헤아리고 더 자주 놀아줘야지. 가족으로 받아 준 토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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