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기

by 돌돌이

ERCP에서 일하면서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에 먹고 자고의 연속이 되니 글을 쓸 힘이 소진됐다. 피로가 쌓이니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누워서 핸드폰을 보며 쉬며 뒹굴뒹굴하는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는 진정한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때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최소 2시간을 더 늦게 집에 오는데, 근무의 강도는 훨씬 더 강하고 보는 환자 수도 많으니 집에 돌아올 땐 녹초가 된다. 더 많은 시간을 자도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고강도의 근무환경뿐 아니라 앞서 말했던 누워서 폰을 보며 잉여롭게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으르고 놀기 좋아한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 몸의 휴식은 충분했을지언정 뇌는 충분히 쉬지 못했다. 환자를 보고 시술에 집중을 하느라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뇌 또한 휴식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 또한 열정과 노오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ERCP에서 들어오고 나서 시술이 일찍 끝나는 날은 약속을 잡지 않고 무리 없이 휴식을 취한다. 자기계발이나 취미생활도 내 삶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바쁠수록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본 베이스인 몸과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잠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 내내 시달렸을 내 뇌와 몸의 긴장을 푸는 데는 뒹굴뒹굴하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아무것도 안 하며 쉬기 중 하나는 넷플릭스의 예고편을 보는 것이다. 큰 티브이로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들의 흥미진진한 예고편을 보면서 기대하는 것이다. 정작 시즌제 드라마를 다 보려면 하루 내내 시간이 걸리고 주말을 그렇게 보내긴 아쉽다. 그러니 수많은 작품들의 예고편을 보면서 정말 끌리는 것들은 선택해서 보는 것이다. 케이블 티브이의 경우 방송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넋 놓고 보다간 한두 시간이 그냥 흘러가기 때문에 내가 선택해서 예고편을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가 좋다.


둘째, 누워서 폰 보기다. 여기서 폰 보기엔 웹툰, 인터넷쇼핑, 유튜브 감상 등이 있고 전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터넷 기사 댓글 보기 같은 것도 포함이다. 몸에 나쁜 것들이 맛있다고 했던가? 이러한 것들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맘먹고 보면 그냥 하루는 뚝딱이다. 그만큼 몰입한 채로 보게 되지만 시간을 정해 놓고 보고 있다. 마냥 들여다보다가 잠잘 시간도 미루게 되고 출근할 땐 피로감을 느끼게 될 수 있어서다. 아무것도 안 하며 쉬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분명 더 좋은 방법도 있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경직된 신체와 정신에 긴장을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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