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구독자 수가 98명이 됐다. 글의 개수가 94개니까 글 한 개를 쓸 때마다 구독자 수도 1명씩 늘었다고 내 맘대로 생각하게 된다. '고마운 아내. 사랑스러운 아내.' 글의 조회 수가 많이 지면서 구독자 수가 많이 늘었고 덕분에 글을 더 꾸준히 쓸 수 있었다. 글의 조회 수가 1000, 10000이 넘었다는 알람이 뜨고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내 글에 피드백이 오니 더 열심히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피드백이 오지 않고 조회 수도 지금과 다르게 높지 않았다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물론 일 년간 꾸준히 글을 쓰기로 다짐했었지만, 구독자 수도 예전처럼 한 자릿수에다가 그 누구도 내 글을 읽지 않았다면 글쓰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은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들었고 글을 쓰기 전보다 지금이 더 나은 사람이 됐을 거라 믿는다.
기쁨이가 태어나고 나서 개인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고 글을 쓰는 횟수도 잦아졌다. 결혼 전과 후, 기쁨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 내 시간 사용은 크게 변했다. 결혼 전 보다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었고 기쁨이 출산 후 다시 한번 줄어들었다. 자투리 시간과 퇴근 후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보내게 된 것이다. 브런치의 글들은 한정적인 시간 내에서 나온 것들이고 오히려 여유 있는 상황에서는 글을 쓸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글쓰기는 나에게 현실을 탈출하는 통로였다. 결혼과 육아라는 현실 속에서 15년이 넘는 시간을 혼자 살아오며 누리던 자유가 사라지고 나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해방의 통로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선 설명할 길이 없다. 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결혼과 육아라는 상황은 강제로 책임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우리 가정은 내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었고 그만큼 더 노력하게 된 것이다.
글을 쓰면서 아내와 아들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커졌다. 내 삶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내 주변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이 생겼고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 글을 아내와 아들이 보지 않더라도 꾸준히 써 나갈 것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한없이 소중하다. 삶이 주는 고마움과 축복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글 속에서 녹여 낼 것이다. 그리고 가족에게 이러한 고마움을 잊지 않게끔 표현하는 것이 무뚝뚝한 부산 남자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