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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랑바쌈 Feb 01. 2021

다름에 관한 글쓰기

당신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세태의 변화나 개인의 취향에 관한 글을 쓸 때 생기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글을 올리고 구독자가 몇 명 떨어져 나가자 촉이 왔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고, 내가 예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느낌은 대게 맞는 경우가 많다. 나의 물질관은 재테크족들에겐 젠체하는 허무주의로 비칠 수 있고, 결혼과 가족공동체의 가치에 천착하는 글은 싱글족들에게 좀 불편하게 읽혔을 수 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투자>라는 글을 보고 낚인 재테크족들에게는 유감이다.


그런 글은 가급적 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또 그런 소재에 영감이 떠오를 때 굳이 독자의 불편함을 생각해서 생각을 접어야 하는가 하는 반발심이 생기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한 영화감독의 인터뷰가 기억이 난다. 정말 독특하고 심오한 소재로 혼을 불어넣어 만들었던 영화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전혀 기대 안 하고 만든 가벼운 소재의 영화가 대박 치는 걸 보고는 좀 허무했다고 한다. 그런 대박칠만 한 영화만 계속 만들다가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방향성 없이 유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대박의 공식을 익히 아는 감독도 자신만이 가진 고유의 예술성을 잃지 않으려고 가끔씩 '실패가 확실시되는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내가 그런 영화나 예술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브런치에 글을 쓸 때 비슷한 딜레마에 빠진다. 이제 어떤 글을 써야 공감을 얻는지 대충 감이 온다. '글에 대한 글'이 대표적이다.(참고로 이 글도 글에 관한 글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한 글은 수용성이 높다. 브런치 독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니 그럴 만하다. 여행에 관한 글도 무난하다. 여행지나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딱히 불편함을 느낄 이유는 없다. 자기계발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부모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담은 글은 치트키다. 누구나 부모에 대한 특별한 그리움은 있으며,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나도 아이에 관한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내 관심사가 대중적 관심과 교집합을 이루는 몇 안 되는 분야다. 물론 그런 대중적 소재라고 해서 늘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잘 쓴 글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좋은 감독은 소재와 상관없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 그래도 가끔씩 '나는 좀 생각이 달라' 하는 삐딱선 타는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다름'이라는 것이 '우월'의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멸종위기 동식물과 같이 그 존재 자체가 인정받고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굳이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혹시 모를 오해를 미리 좀 풀고 가고 싶어서다. 내 글에서 종종 등장하는 '다름'에 관한 얘기를 읽고 상처 받는 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공감이나 이해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도 좋겠다. 그냥 개인 취향이고 개똥철학일 뿐이다. 풍자나 비하의 의도는 없다. 당신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글을 쓰다 보면 약간 선을 넘는 경우도 있지만, 내 방식이 옳으니까 나를 따라오라는 계도는 절대 아니라는 점은 알아줬음 한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새로운 것에 대한 경시가 아니듯, 아이스커피와 뜨거운 커피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키가 큰 네모에 작은 네모를 채워 넣은 게 <우리집>이라고 그려놓은 아이에게 왜 지붕이 없냐고 탓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붕이 있어야 집이지~하며 떼쓰는 한 어른아이의 고집스러운 취향일 뿐이다.(물론 나도 지붕 없는 키 큰 네모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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