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랑바쌈 Jan 10. 2021

절대 실패하지 않는 투자

내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요즘 주식시장이 난리입니다. 신기하게도, 코로나로 실물경제는 어두운데 갈 곳 없는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유동성 랠리가 꽤 오래 펼쳐지고 있습니다. 직장인은 물론이고 대학생, 주부 할 것 없이 모이면 주식 얘기, 서점에 경제경영 매대에도 온통 주식 서적.. 브런치 경제 코너도 주식투자로 타이틀을 바꿔야 할 판입니다. 이 참에 저도 주식 얘기 잠깐 할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좀 비판적인 내용입니다. 그렇다고 주식투자가 다짜고짜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지금 주식시장이 곧 꺼질 거품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투자전문가도 아니고 그럴만한 식견도 없습니다. 주식해서 돈 번 사람한테 배 아픈 건 더더욱 아니구요. 다만 그동안 전혀 주식에 관심 없다가 남들 다 한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지고 왠지 나만 안 하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투자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아 결국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분들에게 저의 개똥철학이 좀 위안이 될까 하여 한번 끄적대 봅니다.


저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주식이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수단으로 부적절하다거나 개미가 실패할 확률이 높은 위험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주식으로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고 위험이 크긴 해도 시간을 쏟아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장기투자, 분산투자 등 원칙을 잘 지켜서 투자하면 큰 실패 없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는 건전한 투자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불타오르는 장세에서는 그런 원칙 없이도 쏠쏠한 재미를 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요.


먼저 제가 말하는 주식투자는 하루에 사고팔고를 되풀이하는 단타매매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이런 단타성 매매는 도박과 다르지 않아서 저는 주식투자로 보지 않습니다. 아침에 출근한 후 복도나 회의실 또는 화장실에서 핸드폰으로 주식거래창을 켜놓고 매매 버튼을 만지작 거리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이런 분들은 주가의 변동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일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본인도 알고 주변에서도 금방 눈치챕니다. 직장내 평판에 금이 가지요. 게다가 대부분 기껏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 담그고 단타로 용돈벌이 하는 수준인데 이런 투자로는 부자가 되기도 어렵거니와 몇 번을 따더라도 결국 한 번으로 모든 걸 잃게 됩니다. 도박의 전형적인 결말입니다.


제가 말하는 주식투자는 여유자금으로 저평가 우량주를 사서 오래 들고 가는 이른바 가치투자인데요. 말은 쉽지만 실제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30년 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아서 슈퍼개미가 되었다는 사례는 각종 게시판이나 뉴스에서 자주 회자되곤 하지만, 단언컨대 매주 대여섯 명씩은 나오는 로또 당첨자보다 그 수가 많지 않을 겁니다. 실패 없는 우량주라고들 하지만, 대기업 우량주 10년 이상 투자했다가 법정관리 가고 매각되고 자본 잠식되는 경우 의외로 많습니다. 10년 전 세계 1등이라는 대기업 조선주에 투자했던 분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결과만 놓고, 승자만 놓고, 이랬으면 나도 성공했을 텐데 하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가정입니다.


본업에 지장 줄 일 없고, 여유자산이 많아 분산 투자처가 필요하고, 엄격한 투자원칙으로 우량주 위주의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냉철한 이성의 투자자라면 주식은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 증식 수단입니다. 주식투자가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이지요. '이러한 조건이 안 되기에 너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냐?' 하고 제게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본업에 지장을 안 받을 정도로 자기관리와 투자원칙이 철저하고 충분한 여유자산을 가졌다 해도 저는 주식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제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제 삶의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 사람의 인생은 저마다 주어진 숙제가 있다는 게 저의 인생관입니다.  그 숙제란 것은 누군가에게는 장래희망이나 꿈이기도 하고, 저처럼 신앙을 가진 사람에겐 신이 허락한 사명이나 소명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저마다에게 주어진 것이어서 서로 우열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도대체 주식이 인생의 숙제를 하는 데 무슨 방해요소라도 된다는 말인가? 저는 그런 면이 크다고 봅니다. 특히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주식투자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기업은 나와는 분리된 타자입니다. 기업이 잘돼서 성공하고 그 성공으로 주주인 내가 큰 차익을 보더라도 그건 내가 잘된 것이 아닙니다. 남이 잘된 것이지요. 나는 남의 성공에 올라탄 것이구요. 어떤 영화평론가가 봉준호 감독이 무명일 때부터 이 사람은 할리우드를 재패할 위대한 영화감독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고 합시다. 이 예측의 결과를 투자수익으로 환산한다면 대박투자겠지만, 위대한 감독이 된 것은 봉준호이고 그 꿈을 이룬 것도 봉준호이지 그걸 예측한 사람이 아닙니다. 동일한 인생을 부여받았는데, 왜 누구는 가치의 주인공이 되고 누구는 그 가치에 올라타는 사람이 돼야 할까요. 직업의 귀천, 성공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크기의 성공이든 그것이 나의 것이고 내게 주어진 숙제일 때 그 인생이 의미가 있다는 얘깁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간을, 타인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천착하며 흘려보낸다는 게 아까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타인이 쓴 소설들을 촌철살인으로 비평할 수 있겠지만, 부족한 필력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상상력을 담은 소설 한 편을 써내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요. 모두가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순 없지만, 구멍가게 같은 스타트업이라도 내가 창업하고 나의 경영철학을 담아 키워갈 수 있다면 하나의 인생으로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업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돈이 따라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상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얘기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나'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허나 타인의 성공을 기대하며 그의 인생에 나의 인생을 걸다가 실패하면 나에게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대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젠 고등학교에도 주식동아리가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씁쓸했습니다. 고전을 읽고 사유하며 지식과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야 할 시기에 돈이 될만한 기업을 고르는 테크닉을 연마한다니.. 그런 행동이 칭찬받고 추앙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해 투자해야 할 청년들이 그깟 돈 몇십 몇백 버는 재미에 아까운 이십 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작 뉴턴은 말년에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바람에 평생 이룬 부를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말았지요. 실패한 주식투자자였지만 아무도 뉴턴의 인생을 실패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가 해야 할 인생의 숙제를 충분히 다했으니까요. 뉴턴의 이름을 딴 물리학의 법칙과 이론은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입니다. 주식투자자 뉴턴 말고 과학자 뉴턴이 먼저 되자는 얘깁니다.


오늘도 '나'라는 기업과 브랜드 만들기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 넌지시 말씀드립니다. 주변에서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주식 소음에 흔들릴 필요 없습니다. 내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꿈에 집중하며 인생의 순간순간을 성실히 채워나가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전략이 아닐까요? 결과가 기대에 좀 못 미친다 해도 최선을 다했으니 적어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주 오래된 나의 인생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