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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랑바쌈 Jan 12. 2021

노트북 3대로는 택도 없다고요

코로나 시대 S전자님께 드리는 솔깃한 제안

오랜만에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회사 거리두기 지침에 의해 팀원 30%는 재택을 하도록 되어있지만, 내 재택은 늘 양보해왔다. 출근 안 한다고 회사에 눈치 보이고 육아독박 쓰며 일은 일대로 해야 하는 이중 삼중고를 왜 사서 하나. 그러다 오늘은 피해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기고 만 것이다. 막내의 방학이 시작되는 종업식과 아내의 복직 발령일이 겹치는 바람에 내가 집에서 비대면 종업식을 준비해야 했다. 준비라고 해봐야 Zoom 연결해주는 정도다. 아무리 1학년이라고 해도 코로나 시대에 혼자서 접속할 수 있도록 가르치지 않고 매번 엄마가 세팅해줬다니.. 한소리 했지만 이제 와서 별수 없다. 아내는 오늘 하루만 넘기면 되니 군소리 말고 그냥 재택을 하라고 했다.


아침 9시. 노트북으로 회사 업무망에 로긴 했다. 출근시간 버튼을 클릭. 급한 이멜 회신을 하고서 업무망을 빠져나왔다. 9시 반. 막내 종업식을 위해 줌 로긴. 담임 선생님이 출석을 부른다. 출석체크가 끝나갈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급한 일이다. 다른 노트북을 찾았다. 이미 두 아이가 수업에 사용 중이었다. 노트북 3대가 동시작업 중인 것이다. 핸드폰으로도 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폰에 깔린 앱을 찾았다. 줌을 켜고 막내의 수업 회의를 찾아들어갔다. 책상 위에 핸드폰을 세워주고 노트북은 빼앗아 업무망에 로긴 했다.


"아빠 글자가 안 보여."

핸드폰 화면이 작아서 선생님이 띄워놓은 유인물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역시 핸드폰으로 수업은 무리였다.


애당초 노트북 3대로는 우리집 재택은 택도 없었다. 큰 딸이 수업을 마치고 방에서 나와서 대뜸 터치패드를 사달란다. 노트북이 있는데 무슨 터치패드냐니 미술수업에 필요하단다. 와이프를  빼고도 노트북 4개와 터치패드 1개가 있어야 우리집 재택이 버퍼 없이 돌아간다는 결론이다.


"요즘 가정내 1인 1 노트북 대세인거 아시죠?"

그날 밤 TV를 켜니 쇼호스트가 한 손에 노트북을 들고 열심히 멘트를 치고 있다. 하긴 가정마다 전화 한 대였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1인 1폰이 노말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평소와 달리 쉽게 채널을 떠나지 못하고 리모콘 녹색 버튼을 만지작만지작거린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홈쇼핑이라더니 과연..  S전자 L전자 주식이 난리란다. 집집마다 노트북 한대만 더 사도 그게 얼마야. 총리가 코로나로 대박난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이익공유제를 언급했다는데, 난 찬성이요!


소비자로서 한번 제안해본다.

저출산 시대, 세 자녀 가정을 위한 buy two get one free 프로모션 어떤가요, 요즘 잘 나가시는 S전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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