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동과 서로 나누어진 게 아니었어?라는 질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by 이베리코

첫 해외 근무를 했던 콜롬비아 보고타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특히 대중교통에 강도가 많고 현지인들도 종종 불미스러운 사고를 많이 당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다행히 택시비가 비싼 편이 아니고, 도로에 택시도 아주 많아서 차를 가져가지 않는 날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곤 했다.


택시를 타면 자연스레 보고타 택시 기사들은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콜롬비아에서는 중남미 내에서도 동양인이 적은 나라였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동양인인 내가 신기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았다. 해외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공감하겠지만, 이런 레퍼토리도 한두 번 하면 지겨워진다. 그 레퍼토리가 무엇이냐면 먼저 어디 출신인지를 물어본다. 한국이라고 하면 남쪽에서 왔는지, 북쪽에서 왔는지 묻곤 한다. 국제정세에 밝은 택시기사들은 "북한은 여행이 금지되어 있지, 너는 남한 출신이겠네"라고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내가 만난 약 90%의 보고타 택시기사들은 남한 출신인지, 북한 출신인지 묻곤 했다. 그러고 나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해 질문하는 대화로 이어진다. 가끔 김정은에 대해서도 묻는데, 어쩔 땐 나보다 더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도 있어서 오히려 내가 배울 때가 있기도 했다. 가끔 피곤할 때는 이런 대화가 하기 귀찮아서 택시에 타자마자 스페인어를 아예 못하는 척을 하기도 했다. 노 스패니쉬! 노 스패니쉬!라고 얘기하면 기사들은 오케이! 하면서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퇴근을 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나에게 어디 출신인지 물었다. 그날은 많이 피곤해서 그냥 입을 닫고 조용히 가고 싶어서 무뚝뚝하게 꼬레아!(Corea!)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기사가 나에게 Este? Oeste? (동쪽? 서쪽?)이라고 물었다. 나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나는 꼬레아 델 수르!(Corea del Sur!, 남한)라고 대답했다. 대답을 듣고 기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한국이 동쪽, 서쪽으로 나누어진 게 아니냐고 물었다. 내가 농담하는 줄 알았던 택시 기사는 상당히 진지했다. 택시기사에게 독일과 한국을 헷갈린 것 같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아니면 동방의 해 뜨는 나라, 조선을 어디선가 읽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니 그는 나에게 아니다. 분명히 한국은 동, 서로 나뉘어 있다고 주장했다. 누가 봐도 한국인인 내가 훨씬 잘 알 것 같은데도, 그는 나에게 동쪽 한국이 공산국가라는 설명을 했다.


그가 이렇게 얕은 지식이 있을 법도 한 게,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6.25 전쟁에 약 5,000명을 파병하여 남한을 도와준 고마운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사관에서는 참전용사 및 후손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택시기사도 자연스레 콜롬비아 미디어에서 나오는 한국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신문 내용을 얼핏 봤으리라 짐작이 갔다.


아무리 고마운 국가의 국민이라고 하지만, 동한 출신인지 서한 출신인지 황당한 질문을 받으니 순간 이게 새로운 유형의 인종차별인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사는 정말 몰랐었던 것 같다. 한국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구글 지도로도 보여주었다.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돋보기안경을 꺼내서 내 스마트폰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택시기사는 자기는 전혀 몰랐다고 알려줘서 고맙다고 한다. 그 질문이 충격적이어서 그 택시 안에서의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다. 6년 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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