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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베리코 Oct 03. 2024

개성 만점 스페인 감자튀김, Patatas Bravas

스페인 타파스 식당에 가서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테이블이나 빠지지 않고 눈에 띄는 음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스페인식 감자튀김 요리인 '빠따따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다. 한눈에 보기엔 단순히 감자튀김에 소스를 얹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요리에는 친숙함과 개성이 모두 담겨있는 오묘한 요리이다. 식당마다 다른 소스, 매콤한 파프리카 가루로 존재감을 뽐내는 이 음식에 대해 알아보자.


★ 음식 이름: 빠따따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

★ 한줄평: 친숙하고 구수하지만, 특별한 개성을 가진 감자튀김

★ 조리 방식: 감자를 듬성듬성 썰고 올리브유에 튀긴다. 그리고 자신만의 소스와 파프리카 가루를 뿌린다.

★ 가격대: 보통 8유로 내외(도시, 마을 별로 가격 편차가 있음)

★ 추천 식당: 추천 불가. 소스 맛이 식당마다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매력. 


빠따따스 브라바스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금은 없어진 마드리드의 유명한 바(bar)에서 약 1960년대에 처음으로 출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꽤 인기가 많아서 마드리드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퍼져나갔으며, 현재는 스페인 전역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이 메뉴를 만날 수 있다.


Patatas Bravas는 '감자'의 복수형인 patatas와 '용감한', '사나운' 등을 뜻하는 bravas가 결합된 이름으로, 조금 상상력을 가미해 번역하자면 '강렬한 감자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감자튀김 요리를 왜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지었을까? 초기 Patatas bravas는 매콤한 토마토소스를 뿌려 먹었고, 소스의 매운맛과 강렬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스페인 사람들의 입맛에 다소 매콤한 빠따따스 브라바스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보면, 매운 정도가 약간 톡 쏘는 수준이라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매콤함 정도이다. 살짝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소스 맛과 달짝지근한 스페인 감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맥주를 부르는 마법 같은 맛을 보여준다. 한편, 감자를 한 입에 넣으면 마늘향과 올리브향이 은은하게 입 안에 퍼지면서 스페인 특유의 풍미를 더한다.

각자 개성있는 소스로 뿌려먹는 스페인식 감자 튀김, Patatas bravas

사진으로만 봐도, 스페인식 감자튀김 Patatas Bravas의 킥(kick)은 '소스'이다. 나도 여러 식당에서 빠따따스 브라바스를 먹어보았지만, 가는 식당마다 모두 소스가 달라 늘 새로운 맛을 경험한다. 토마토 베이스의 빨간색 소스가 주를 이루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마늘을 베이스로 한 하얀색 소스인 알리올리 소스를 뿌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소스를 믹스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이 음식은 정해진 레시피가 없는 개성 만점 요리이다. 요리하는 사람 마음대로 다양한 소스를 개발할 수 있어, '스페인 모던 요리'로 자리 잡은 음식 중 하나이다. 스페인 각지에서 빠따따스 브라바스를 먹어 보면, 소스 하나로도 전혀 다른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빠따따스 브라바스의 개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비밀병기는 '파프리카 가루'이다. 파프리카 가루는 파프리카를 불에 훈연하여 스모키 한 향을 보이는 스페인 판 '국민 향신료'이자 '마법의 가루'이다. 자칫 소스가 너무 달거나 짜면 기분 나쁜 맛이 혀를 먼저 칠 수 있는데, 특유의 훈제향이 나는 매콤한 가루가 소스의 자극적인 맛을 잡아주고 은은하게 스모키 향을 더하면서 이국적인 맛을 보여준다. 나는 빠따따스 브라바스를 잘하는 집과 못하는 집을 구분하는 요소 중 하나가 파프리카 가루를 잘 쓰느냐 못 쓰느냐 인해 결정된다고 얘기하고 싶다. 한두 스푼의 파프리카 가루가 요리 전체의 맛을 바꾸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알바세테(Albacete)에 잠시 들러 먹었던 빠따따스 브라바스. 파프리카 가루 범벅이었는데 맛있었다.

빠따따스 브라바스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입맛에 맞는 대중적인 요리이다. 나는 이 음식을 '동네친구' 같은 요리라고 표현하고 싶다. 학창 시절 동네 친구처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친근함이 있다. 하지만, 친숙하다고만 해서 이 음식을 동네 친구로 비유할 수 없다. 감자는 항상 같은 감자이지만, 각기 다른 소스와 파프리카 가루가 만드는 미묘한 차이들이 매번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해 준다. 그래서 스페인의 각 지역, 식당마다 각기 다른 매력의 빠따따스 브라바스의 맛을 보여준다. 마치 친구들과 비슷한 생활환경 속에서 함께 커가면서 서로 비슷한 듯하면서도 성격과 개성이 달라 각자 다른 매력을 보여주듯이 말이다.

동네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을 것 같은 빠따따스 브라바스!

감자라는 단순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다양한 소스와 파프리카 가루의 조합을 통해 다채로운 맛의 변주를 보여주는 이 요리는, 스페인 여행 중 절대 놓칠 수 없는 타파스 메뉴 중 하나이다. 여행 중 여유가 되면, 가급적 2~3개 이상의 타파스 바에 가서 Patatas Bravas를 시도해 보기를 추천한다. 친근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소스를 뿌린 요리를 맛보는 것은 스페인의 다양한 식문화를 체험하는 아주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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