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베리코 Oct 07. 2024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 Chuletón de Ávila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서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곳에 아빌라(Ávila)라는 도시가 있다. 마드리드에서 차로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는 이곳은 중세 시대부터 보존된 성곽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녀 테레사가 태어나고 활동한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아빌라는 '티본스테이크(Chuletón)'로 유명한 곳이다. 내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였던 출레똔 데 아빌라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 음식 이름: 출레똔 데 아빌라(Chuletón de Ávila)

★ 한줄평: 내가 정한 전 세계 스테이크 중 단연 최고

★ 가격대: 아빌라 지역 식당 기준 20~30유로 사이(식당 레벨, 양에 따라 가격 편차가 있음)

★ 추천 식당/주소

  1. Restaurante Bococo(아빌라) / C. Estrada, 11, 05001 Ávila

  2. Restaurante El Almacén(아빌라) / Ctra. Salamanca &, C. Cuatro Postes, 05002 Ávila


출레똔 데 아빌라는 '아빌라의 티본스테이크'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횡성 한우', '영주 한우'와 같이 지역명과 특산품이 결합된 이름이다. 나는 스테이크에 진심인 사람이다. 전 세계의 스테이크를 모두 맛보고 싶어 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 곳을 많이 방문해 보았다. 미국 뉴욕,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칠레 산티아고, 프랑스 리옹, 아일랜드 더블린 등 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 국가의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맛있는 고기들을 직접 먹어보았다. 스페인 아빌라의 출레똔 데 아빌라(Chuletón de Ávila)를 먹기 전까지, 내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는 아르헨티나에서 먹었던 Bife de Chorizo(등심)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La Estancia에서 먹은 Bife de Chorizo

그러나 2024년 10월 기준 내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는 아빌라 티본스테이크인 '출레똔 데 아빌라'다. 사실 스테이크는 굽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스테이크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소'일 것이다. 아빌라 지역의 소는  Ávileña-Negra Ibérica라는 종으로, 스페인에서도 고품질 육류로 평가받는다. 검은색, 어두운 갈색을 띠고 있으며, 근육이 발달한 아주 큰 소이다. 아빌라 소는 고도가 높은 그레도스 산맥(Sierra de Gredos) 근처에서 양질의 목초를 먹으며 자연 방목 방식으로 사육된다. 실제로 마드리드에서 아빌라로 국도를 따라 운전해서 가다 보면 끝없는 목초지가 나오고 그 사이로 듬성듬성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소들이 보인다.

풀을 뜯고 있는 Ávileña-Negra Ibérica 품종 소 @출처: 스페인농수산식품부

아빌라 지역은 고산 지역이라 기후 조건이 녹록지 않다. 이곳의 여름은 불지옥 같은 다른 스페인 도시들과는 다르게 서늘하다. 그리고 겨울에는 아주 추운 날씨를 보인다. 이 기후는 소를 기르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데, 특히 여름 기간 동안 시원한 환경이 소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고, 겨울에는 건조한 날씨가 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통적인 사육 방식과 지리/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이 지역의 소들은 스페인 정부로부터 품종 보호를 받는다.


출레똔 데 아빌라는 지방이 고르게 퍼져있는 마블링을 보이면서, 부드러운 질감과 깊은 풍미를 보인다. 넓은 초원에서 소가 천천히 자라게 되어, 근육질과 지방이 적절하게 섞이게 된다. 이로 인해, 스테이크를 굽기에 최적화된 육질을 보여준다. 이렇게 아빌라의 소가 맛있었으니, 사람들이 소들을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게 놔둘 리가 없었다. 아빌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목축업으로 번성해 왔고, 소고기는 이곳 사람들의 중요한 식량 자원이자 경제적 원천이었다. 중세 시대에는 아빌라의 성벽을 지키는 기사들에게 영양가 높은 소고기 스테이크가 제공되었다고 한다.

아빌라의 성벽을 지키는 기사들에게도 제공된 아빌라 스테이크

아빌라에는 출레똔 데 아빌라를 취급하는 식당이 아주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식당은 ´Restaurante El Almacén'이라는 곳으로, 아빌라의 랜드마크인 성곽을 감상하면서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나는 성곽을 감상하다가 스테이크의 맛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 현지인의 추천으로 Restaurante Bococo라는 곳에 갔다. 이곳은 아빌라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으로, 결혼식 피로연, 각종 모임 등을 위한 장소로 많이 예약하는 곳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찐 맛집'이다. 스테이크 가격은 약 24유로로, 4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에 고품질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이 식당에서 처음 먹어 본 스테이크의 맛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이곳 출레똔의 진정한 매력은 고품질의 소고기를 알맞게 굽는 방식에 있다. 소고기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4~5cm 두께의 고기 덩어리를 숯불에 구워, 외부는 바삭하고 내부는 부드럽게 익히는 방식이다. 여기에 품질 좋은 소금만 더해 소고기의 풍미를 살린다. 은은한 숯불 향과 기름진 소고기의 육즙, 부드러운 육질은 완벽한 맛과 식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정말이지 이렇게 부드러우면서도 너무 날 것도 아닌, 이븐 하게 익혀진 스테이크는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다. 참고로 나는 스페인에서 스테이크 굽기를 보통 미디엄으로 주문하지만, 스페인에서 미디엄은 한국인 생각보다는 약간 덜 익혀서 나온다. 그래서 미디엄보다 조금 더 익혀달라고 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 스테이크 하나만으로도 아빌라에 재방문할 이유가 충분하다.

아빌라는 성녀 테레사로 인해 가톨릭의 성지라고 불리지만, 나에게 아빌라는 '스테이크의 성지'이다. 아빌라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중세 성곽을 둘러보는 것만큼이나 꼭 해봐야 할 경험인 '출레똔 데 아빌라'를 반드시 먹어보길 바란다. 스페인산 레드 와인과 곁들여 육즙과 풍미가 가득한 스테이크를 입에 넣으면 분명 '나 여기 잘 왔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전 09화 개성 만점 스페인 감자튀김, Patatas Brava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