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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베리코 Sep 30. 2024

지친 순례자를 위한 맛좋은 가리비, Zamburiñas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스페인의 대표 해산물 요리로는 Pulpo a la gallega(문어를 잘게 썰어 구운 요리)가 있다. 나도 스페인 요리에 대해 지식이 부족했던 시절, 식당에 가면 항상 문어 요리를 먹곤 했다. 그러나 요즘엔 해산물 식당에 가면 무조건 먹는 요리는 Zamburiñas(삼부리냐스)다. 우리나라 가리비와 비슷한 이 조개 요리에 대해 알아보자.


★ 음식 이름: 삼부리냐스 아 라 플란차(Zamburiñas a la plancha)

★ 한줄평: 장시간 걷는 것에 지친 순례자를 위로하는 선물 같은 요리

★ 조리 방식: 삼부리냐스를 그릴에 구워 올리브유, 소금, 후추, 마늘 등을 뿌려 먹음

★ 가격대: 보통 12유로 이상(도시, 마을 별로 가격 편차가 있음)

★ 추천 식당/주소

  1. Ocafú Jorge Juan(마드리드) / C. de Jorge Juan, 29, Salamanca, 28001 Madrid

  2. Codex(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 Rúa dos Bautizados, 13, 15702 Santiago de Compostela


삼부리냐스는 스페인 전역 해산물 식당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특히 갈리시아 지역에서 매우 인기 있는 해산물이다. 이 조개는 주로 대서양과 지중해 연안에서 수확된다고 한다.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갈리시아 지역은 대서양과 맞닿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풍부한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자랑한다.


삼부리냐스의 외관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가리비 조개와 아주 닮았다. 일반적인 가리비보다 크기가 작고, 둥근 껍질에 부채 모양의 홈이 깊게 파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부리냐스의 색상은 주로 흰색, 분홍색 등 밝은 색을 띠고 있다. 크기가 작고 껍질도 얇기 때문에 조개 통째로 그릴에 바로 구운 Zamburiñas a la plancha(삼부리냐스 아 라 플란차)가 대표적인 요리이다.

(좌) 속초 인근에서 먹은 한국 가리비 / (우) 스페인판 작은 가리비 Zamburiñas

이 음식의 요리법은 아주 간단하다. 삼부리냐스를 그릴에 구워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그리고 약간의 마늘을 곁들인다. 크기가 작은 해산물이 그렇듯, 삼부리냐스 아 라 플란차도 작은 가리비답게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한편, 뜨거운 그릴에 구워 쫄깃하게 익은 아래쪽 표면과 부드러운 윗부분 살이 대조를 이루어 씹는 식감이 좋다. 껍질에 딱 붙어있는 관자까지 살살 잘 발라내서 한입에 넣으면, 바다향이 가득한 껍질에서 나오는 풍미, 통통한 속살, 신선한 올리브유, 은은한 마늘향이 만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삼부리냐스의 맛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주인공은 껍질에 깔린 바다향과 마늘향이 섞인 올리브유이다. 이 소스에 바게트 빵을 찍어먹으면, 부족한 탄수화물을 채워주어 든든한 느낌을 선사해 준다.

스페인 해산물 요리의 쌍두마차, Pulpo a la plancha(문어), Zamburiñas a la plancha(가리비)

삼부리냐스 아 라 플란차와 찰떡궁합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화이트 와인(Vino Blanco)이다. 갈리시아는 해양성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분에 고품질 와인이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알바리뇨(Albariño) 품종의 와인이 가장 유명하다. 갈리시아의 리아스 바이사스(Rías Baixas)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으로, 신선한 산미와 과일향의 와인이 더해져 해산물과 특히 잘 어울린다. 나도 술을 잘 하진 못하지만, 갈리시아 해산물을 먹을 때는 최고의 맛 조합을 위해 꼭 알바리뇨 와인 한잔을 곁들여 먹는다.


삼부리냐스는 맛도 좋지만, 단백질, 오메가 3,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그래서 갈리시아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걷는, 순례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삼부리냐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지친 순례자들을 위로해 주는 음식이다. 순례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나의 경우 순례길 중간에 점심을 먹으면 배가 불러서 걷기가 힘들어서 주로 샌드위치 같이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다. 비를 맞으면서 5시간 정도 걷고, 숙소에 도착하여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난 뒤 알바리뇨 와인과 먹는 삼부리냐스는 정말 '꿀맛'이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순례길을 마쳤다는 안도감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행복감으로 도파민이 엄청나게 분비되는 느낌이 든다. 부족한 나의 표현력으로는 차마 설명할 수 없는 맛이다.

스페인 해산물 요리와 함께 먹으면 찰떡 궁합인 알바리뇨(Albariño) 와인!

순례자들이 삼부리냐스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인 '가리비'와 유사한 모양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하는 조개는 스페인어로 '콘차 데 비에이라(concha de vieira)'라는 종류로, 삼부리냐스와는 거의 비슷한 외관을 가지지만 크기는 약간 더 큰 가리비이다. 이런 시각적 효과는 내가 '순례자'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고, 일종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시대 순례자들도 순례길을 마치고 가리비 껍데기를 기념품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이 전통은 현재까지도 내려져오고 있어, 가리비 껍데기는 순례길 완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념품이다. 또한, 가리비가 순례길의 상징이 된 종교적 이유로는 성 야고보(Santiago)의 이야기가 있다. 그의 유해가 스페인 해안으로 운반될 때 배가 난파했지만 그의 시신이 가리비 껍데기로 덮여 무사히 도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때부터 가리비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지역과 여러 종교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상징물로 역할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 가리비(Concha de Vieira)

삼부리냐스는 앞서 말했듯이 갈리시아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이지만, 이제는 갈리시아를 넘어 스페인 대표 해산물 요리로 자리 잡았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대표적인 관광지에서도 삼부리냐스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다른 도시에 있더라도 '갈리시아' 전문 레스토랑에서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마치 서울에서 남도 음식이 먹고 싶으면 '남도 음식점'을 찾아가듯이 말이다. 구글 지도에서 'restaurante gallego'를 검색하면 여행 중인 도시에 있는 갈리시아 식당들이 나오고, 그중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곳을 가면 맛있는 삼부리냐스 아 라 플란차(Zamburiñas a la plancha)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알바리뇨(Albariño) 품종의 화이트 와인(Vino Blanco)을 곁들여 먹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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