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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베리코 Oct 23. 2024

김밥처럼 먹는 스페인 샌드위치, Bocadillo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현지인들이 길거리에서 쿠킹호일에 싸인 무언가를 우물우물 씹어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12년 전 스페인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나의 소울푸드였던 스페인식 샌드위치 Bocadillo에 대해서 알아보자.


★ 음식 이름: 보까디요(Bocadillo) * 식당마다 Bocata, Sanduche 등등 다양하게 명명할 수 있음

★ 한줄평: 한국에 김밥이 있다면, 스페인엔 보까디요가 있다.

★ 조리 방식: 바게트 빵을 반으로 잘라, 다양한 속재료(하몽, 오징어 튀김, 또르띠야 등)를 넣어 먹는다.

★ 가격대: 한 개당 보통 6유로 내외(도시, 마을 별로 가격 편차가 있음)

★ 추천 식당/주소

  1. Cervecería Sol Mayor(마드리드) / C. de Postas, 5, Centro, 28012 Madrid

  2. Bocadillos Oink Infantas(마드리) / C. de las Infantas, 22, Centro, 28004 Madrid


보까디요는 매우 단순한 음식이지만, 스페인 음식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이 음식의 외관을 살펴보면, 미국의 유명한 샌드위치 체인 서브웨이(Subway) 샌드위치가 생각나기도 한다. 서브웨이 샌드위치에서 토핑이 훨씬 적게 들어간 라이트 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스페인 현지인들이 아침/점심/간식 등으로 애용하는 보까디요

스페인식 샌드위치는 길고 딱딱한 바라(Barra)라는 빵 안에 다양한 속재료를 채워서 먹는 간편식이다. 바라 빵은 프랑스의 바게트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스페인의 바라(Barra de Pan) 빵은 바게트와 굽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프랑스 빵과는 다른 빵이라고 한다. 빵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서 샌드위치로 먹기에 제격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눈으로 봤을 땐 프랑스 바게트와 스페인 바라 빵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보까디요에서 빵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까디요의 가장 큰 장점은 맛보다는 기동성이다. 빵 표면의 단단한 빵 부분은 길거리나 교통수단에서 먹어도 바스러지지 않도록 고정시켜 주고,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도록 적당한 그립감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이빨로 잘 베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바삭함이 있어 먹기에 불편하지 않고, 입천장도 까지지 않는다. 한편, 빵의 속 부분은 부드럽고, 토핑에서 나오는 즙과 믹스되어 목 넘김이 수월하다. 그래서 그런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현지인들 중에서 보까디요를 먹으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즉, 어디서나 먹기 쉽고 간편하면서도 포만감과 적당한 영양소를 제공해 주는 효자 음식인 것이다.

(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은 또르띠야가 들어간 보까디요 / (우) 피레네 산맥 등산로 입구에서 파는 보까디요

보까디요에는 다양한 속재료를 채워먹지만, 그중에서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첫 번째로 보카디요 데 하몽(Bocadillo de jamón)이다. 긴 빵 안에 얇게 썰린 하몽 조각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짭조름한 맛을 보인다. 취향에 따라 올리브오일이나 토마토를 간 소스를 발라 먹기도 한다. 스페인의 바(Bar), 보까디요 전문 매장 등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메뉴이다. 나는 하몽이 들어간 보까디요를 아주 좋아하지만, 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아쉬운 점은 하몽을 좀 더 팍팍 넣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두껍고 긴 빵에 비해서 하몽이 너무 얇고 적게 들어간 느낌이어서, 가끔 목이 막힐 때가 있다(가게 주인장 인심에 따라 다를 수 있음). 한편, 나의 먹메이트인 와이프는 두꺼운 빵과 하몽의 조합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여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인 중에서도 하몽 특유의 향과 비릿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보까디요를 먹는 것이 좋다.

하몽이 들어간 보까디요를 판매하고 있는 매장

보까디요의 두 번째 대표선수는 보까디요 데 깔라마레스(Bocadillo de calamares)이다. 내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한국 사람 입맛엔 빵 안에 오징어 튀김이 들어간 이 보까디요가 더 잘 맞을 것 같다. 튀긴 오징어 링을 바게트 사이에 넣어서, 한입 베어 물면 오징어 튀김의 기름이 나오면서 빵 안을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오징어튀김 보까디요를 먹을 때는 가급적 알리올리 소스를 뿌려서 먹기를 권한다. 알리올리 소스는 오징어 튀김과 찰떡궁합인 소스인데, 보까디요를 주문할 때 말 하지 않으면 소스를 안주는 식당들이 많다.

(알리 올리 소스와 오징어 튀김 조합에 관한 내용은 아래 글 참조)

https://brunch.co.kr/@colombia/53


이쯤에서 식당을 추천하면, 마드리드의 솔광장과 마요르 광장 사이에 Cervecería Sol Mayor라는 식당이 있다. 이 곳은 전통적인 스페인 현지 바(Bar)다. 이곳은 여러 타파스를 팔지만, 특히 오징어 튀김이 들어간 보까디요로 유명하다. 신선한 오징어를 바삭하게 튀겨서 맛있는 것 같다. 사장님의 인심이 후한지, 오징어 튀김도 많이 넣어준다. 마드리드 시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밤늦게 시내 야경을 감상하다가 허기진 배를 이끌고 들어가면 최고의 오징어 튀김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이 식당은 성격 급한 한국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보까디요를 주문하면 음식이 금방 나온다. 단, 이 식당의 최대 단점은 주문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식당 내부가 좁고 사람이 많아서 종업원들과 아이컨택을 잘해야 한다. 아이컨택이 되면,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를 한 뒤, 그 앞에서 음식을 받는 식이다. 용기 내어 사람들을 뚫고 종업원과 아이컨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남들이 먹는 거만 구경하고 올 수도 있다.(실제로 그런 관광객들을 종종 본다). 그리고 항상 사람이 많아 높은 확률로 서서 먹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런 바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스페인 바(bar)의 찐 of 찐 풍경이니,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이 오징어 튀김 보까디요를 먹을 때, 스페인의 칵테일 맥주인 '쎄르베싸 끌라라(Cerveza clara)'와 같이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쎄르베싸 끌라라는 맥주에 레모네이드(또는 탄산 레몬 음료)를 섞은 음료이다. 시원하고 상쾌하면서도 달달하고, 가벼운 맛을 보여 퍽퍽하고 느끼할 수 있는 오징어 튀김 샌드위치와 조합이 잘 맞는다. 혹시나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은 쎄르베싸 씬 알콜(Cerveza sin alcohol, 무알콜맥주)도 있으니 같이 즐겨보기 바란다.

내가 좋아하는 스페인 맛집 중 하나. 눈치싸움을 방불케하는 주문이 조금 어렵긴 하다.

보카디요는 단순한 샌드위치를 넘어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이 빠르게 먹는 간단한 아침 식사로, 혹은 점심에 친구들과 바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먹는 가벼운 식사이다. 흥미로운 것은, 스페인에서 축구 경기를 보러 가면 경기장 주변에서 보까디요를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 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Santiago Bernabeu) 근처 가게들은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보까디요를 산처럼 쌓아 놓고 판다. 경기 전에 시간이 없어서 먹지 못한 사람들은 전반전이 끝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보까디요를 꺼내서 먹는다.


글을 쓰면서, 보까디요는 김밥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먼저, 두 음식 모두 영양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일상에서 손으로 휴대하여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점도 유사하다. 나는 위에서 하몽, 오징어 튀김이 들어간 보까디요만 소개했지만, 사실 보까디요 속재료로 생선, 소시지, 구운 고기 등 종류가 다양하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종류의 김밥이 시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일상 속에서 친근한 음식'이라는 점이다. 어렸을 때 소풍을 가면 대부분의 친구들이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왔다. 스페인 사람들에게도 보까디요는 일상 그 자체인 음식이다. 보까디요는 학교나 직장 도시락 단골메뉴이고, 여행지에서 보까디요는 배고픈 스페인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소울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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