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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귀차니스트(귀차니즘 신봉자)

불혹의 나이와 귀찮음에 대한 고찰

어느새 2022년 한 해도 중반을 넘어 7월의 끝자락에 서있다.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세상일에 미혹되지 아니하고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며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 '마흔 살'을 이르는 "불혹(不惑)"이 된지도 한참이 지났지만 범인(人)이라 어쩔 수 없는지 공자가 그러했던 사물의 이치를 알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하지만 다른 세상일에 유혹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진작부터 느끼고 있는 중이다. 다만 그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현명해져서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다름 아닌 '귀차니즘'때문인걸 옛 공자는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는 분들은 군생활(생도생활을 포함한)을 한 경험 때문에 '자기 관리'가 철저하여 그러한 유혹에도 나름의 절제력이 있는 게 아니냐고 말씀해주시는데 사실 가만 보면 성격 자체가 '귀찮음'의 끝판왕에 '귀차니즘'을 신봉하는 '귀차니스트'가 아닐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것들(생명유지와 가정을 꾸리기 위한 경제활동 등)을 제외하고,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들(가령 기호식품의 하나인 술, 담배, 유흥 생활 등)은 그것들을 하려는 과정이 귀찮아 안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키워주신 어머니께서도 하시는 말씀이 "그렇게 귀찮아서 우예 밥은 먹노?"이러셨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 있는 중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귀찮아도 생명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이 더 크기에 아직까지 밥은 잘 먹고 다니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면 이곳 미국에 온 뒤로 술을 마실 자리 몇 번 생겼는데 집에서 가게가 모여있는 HAVANA길까지 가고 나중에 파(罷) 한 뒤에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 대리를 부른다거나 집에 있는 아내를 불러야 하는 일)이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어, 간혹 생기는 술자리, 유흥 자리 같은 것도 참석을 안 하고 있다.


이런 '귀차니즘'을 심리학적으로 분석(대학 전공과정에 심리학을 필수과목으로 수강한 적이 있는 1인) 한 것에 따르면 '현상유지 편향성'이 강한 심리적 작용이라 하는데 쉽게 말해 새로운 일을 했을 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는 결과가 지금 이대로 있을 때(현상태)보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에 현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작용을 위의 예(술자리)를 들어 풀어보면 술을 마시러 가지 않으면(참고로 비즈니스를 하거나 사람 관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생활을 하는 중이란 것이 현상황) 퇴근해서 집에서 주~~ 욱 쉴 수 있는데, 술을 마시러 가게 되면 일단, 1. 나의 퇴근시간(오후 3~4시) 보다 늦게 마치는(오후 5~6시, 혹은 7시) 이들을 기다려야 하는 귀찮음 2. 술을 마시고 돌아올 때의 과정에 대한 귀찮음 3. 다음날 숙취로 인한 오전 일과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손해 등으로 그냥 현상태 그대로 집에 와서 발 닦고 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혹자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살면 안 피곤하겠냐고. 물론 남이 보면 피곤한 삶을 살 수 도 있을 것이지만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 조용히 세상 귀찮은 건 피하고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는 것도 언급해주고 싶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이렇게 귀찮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글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작문의 과정도 귀찮아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자동으로 글로 남겨지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글을 쓰기 위해선 굳이 컴퓨터 앞에만 앉거나 펜을 꺼내 노트를 해야 했었다면, 요즘은 간편하게 휴대폰에서 작성하다가 때로는 컴퓨터에서도 계속 이어서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문명의 발전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라 약간의 귀찮음만 감수하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나에게도 20대와 30대에 명예와 권력, 그리고 재력만을 향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Go! Go! 하던 때가 있긴 했었다. 물론 그때 그런 삶도 좋았었고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가 되어 지금의 삶에도 만족하며 살고 있으니 이게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닌가 한다.

삶에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가는 중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귀찮은 것은 귀찮은 대로 두고 남들의 시선이나 비교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게끔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중이다.


삶의 중심을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나이가 되어서 작게나마 알게 된 것일 수 있다.


PS. 다시 글을 쓸 수 있게끔 목적의식을 부여해주신 Mr. 강 행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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