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슬퍼, 웃는 게

앙코르와트 인간의 눈물

by 호림

앙코르와트에 도착했다. 유서 깊은 고대 사원의 위용에 경외심을 느꼈다면, 남쪽회랑의 벽화에서 보았던 한 슬픈 장면은 거대한 석재 건축물에 인간미를 더한다. 고향에서 강제 징용을 당해 전쟁터로 출정하는 대열 속에서 ‘울고 있던’ 한 씨암족 보병의 모습이다. 부조로 된 벽화에서 전해지는 ‘감정’에 닿은 순간, 역사 속 유물이 된 천 년 전 과거는 21세기의 현재가 되어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공통점으로 관통되고 있었다. ‘세계 불가사의’,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게 이상하지 않은 앙코르와트(Angkor Wat). 신들과 왕의 거룩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대한 벽화 속에서 발걸음을 멈춰 세운 건 비천한 인간의 눈물이다.



R1280x0.jpg 죽음의 출정을 떠나며 웃는 씨암족


지금도 태국과 캄보디아 접경 지역에서는 분쟁이 일어난다고 한다.

꼭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 같다.


‘평범한 보병들이잖아’하며 지나쳐버리고 말았을지 모른다. 질서정연하고 용맹한 기마병들의 모습과 달리 자기네끼리 낄낄거리고 왁자하다. 아예 등을 뒤로 돌려 잡담하는 모습도 있다. 대관절 무엇이 그리 즐거웠을까. 알고 보니, 보병들은 크메르제국의 속국이던 씨암족(지금의 태국)에서 차출된 병사들이다. 이들은 선두에서 화살받이가 될 처지에 있는데, 벽화 속의 웃는 듯한 눈매는 마치 전쟁을 나가는 게 즐거워 보일 정도다.


전쟁터로 끌려와 곧 있으면 화살받이가 되어 죽게 될 것이 뻔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들은 웃을 수 있을까. 바로 ‘마약’ 때문이었다. 속국에서 끌려온 병사들에게 출정 전에 환각 성분이 든 마약을 먹였기 때문에 두려움을 잊어버리고 저리 즐겁게 떠들며 죽음의 출정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환각 상태에 들떠 웃고 떠드는 병사들이 있는 가운데, 심각한 표정이거나 아예 눈물을 흘리는 병사의 모습도 더러 보인다. 웃음, 두려움, 슬픔 등 인간적인 희로애락의 ‘감정’이 흐른다. 저들의 웃는 얼굴이 어느덧 슬퍼 보인다.


함박웃음 : 크고 환하게 웃는 웃음

깨알 웃음 : 가볍고 작게 자주 웃는 웃음

빙그레 : 입을 약간 벌리고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는 모양

까투리웃음 : 경망스럽게 키득거리며 웃는 웃음

일소일소(一笑一笑) 일노일로(一怒一老) : 한번 웃으면 한 번씩 젊어지고, 한 번 성내면 한 번씩 늙는다


사람들의 웃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옷을 고르듯이 우리는 웃음도 고른다. 어떨 때는 겉웃음을 고르고, 어떨 때는 저도 모르게 채신없이 까투리웃음이 터질 때도 있다. 유독 잘웃던 후배가 있었다. 인상 한번 찡그리는 법이 없어서 그저 '밝은 후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돈 벌며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이후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눈웃음이 달리보였다. 인간의 웃음은 이런 '다짐'일 때도 있다. '출근해서 오늘 하루도 힘내 보자'라든지 '공부 더 열심히 해야지', '돈 열심히 벌자!' 라며 자신에게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한 웃음 말이다. 이런 웃음에도 이름 하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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