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척도

앙코르와트 남쪽 회랑

by 호림

12세기 초 앙코르와트 사원을 세운 크메르 제국의 수리야바르만 2세는 이 사원을 힌두교의 비슈누 신에게 바쳤다. 앙코르 왕조의 전성기를 누린 수리야바르만 2세는 크메르 제국의 가장 위대한 왕 중 한 명으로 역사학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남쪽 회랑에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지은 수리야바르만 2세가 군대를 이끌고 출정하는 모습의 벽화가 있는데, 벽화를 보면 코끼리 위에 올라 탄 수리야바르만 2세가 무려 15개의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20131202_091237.jpg 코끼리 등 위에서 15개의 우산을 쓰고 있는 수리야바르만 2세


크메르 제국에서는 ‘몇 개의 우산을 쓰는지’가 바로 그 사람이 가진 ‘권력’의 척도였다고 한다. 또한, 전설에 따르면 왕이 패배했을 때는 부러진 우산 손잡이가 그 상징이었다고 한다.


크메르제국뿐인가. 중국 청나라 말기를 풍미한 서태후는 손톱을 길게 길러 지금의 네일아트처럼 금, 진주, 옥으로 인조 손톱을 장식했다. 이는 가사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고귀한 신분을 과시하는 방식이었다. 튤립이 터키에서 네덜란드로 전파되자 튤립이 핀 정원을 과시하려는 네덜란드인들의 투기 과열이 일어났고, 이 우아한 꽃은 품귀현상으로 집 한 채 가격과 맞먹게 되고, 희귀종은 당시 황소 475마리 가격에 거래됐다.


우산을 15개 쓰며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거나, 손톱을 길게 길러 신분을 과시하고, 예쁜 꽃 중에 하나일 따름인 튤립으로 부를 과시하는 풍조가 우스운가. 그런데 같은 중형차인데 외제차를 타는지 국산차를 타는지에 따라 급이 나뉘며 , 같은 서울 아파트인데 친척이 한강변 서울 아파트를 사면 배가 살살 아프고, 어쩌면 미래 세대에는 흔한 광물이 될 다이아몬드의 크기에 따라서 우열이 갈리는 지금 시대와 과연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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