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24달러

미국 뉴욕

by 호림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거리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 자동차가 혼잡하고, 시끄럽게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가 요란하다. 광고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커다란 타임스퀘어 전광판의 광고들도 시선을 압도한다. 모든 인종들을 서로 마주치며, 피부색과 상관없이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 세계인)이 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유명한 네이키드 카우보이 등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이들과는 팁을 주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맨해튼의 유래가 재밌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인이 맨해튼을 사려고 인디언 추장에게 술을 먹이고 ‘맨해튼(만취한)’ 상태로 24달러 헐값에 땅을 팔게 했다고 전해진다. 설마 지금 그때 태어나서 뉴욕을 샀어야 한다고 한탄 중인가(내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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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 노랫말에서처럼 ‘잠들지 않는 도시(The city that never sleeps)’인 뉴욕은 아침도 일찍 시작된다. 커피 가게나 베이글,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아침을 파는 가게들은 대개 새벽 5, 6시면 문을 연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뉴요커들의 바쁜 삶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커피 한잔 마시고 나니 아침부터 비가 오는 바람에 스케줄을 조정해서 계획했던 일정 보다 일찍 방문하게 된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무료 관람인 날에 방문하게 되는 바람에 미술관 내는 이미 북새통이었다. 뉴욕 현대미술관의 또 다른 별명은 ‘모마(MoMA)’이다. 모마는 19~20세기 미술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한다. 혼잡한 인파를 뚫고서 실제로 마주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크지 않은 편이다. 이 그림이 뿜어내는 강렬한 별빛은 어떤가, 그 노란 빛을 볼 때면 공허한 마음에도 온기가 돈다. 모마가 소장하고 있는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입체주의의 태동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을 둘러보고 다음 일정을 위해 밖으로 나섰다. 뉴욕에 일곱 군데 밖에 없는 ‘할랄 가이즈’도 모마 인근에 있으니 들러 볼 만하다. 처음 접해보는 ‘할랄푸드’이지만 저렴하고 꽤 맛있는 편이다. 자연이 빚어낸 장관도 경이롭지만, 뉴욕만의 이토록 모던한 경관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높은 마천루와 건물마다 있는 철제 계단, 광고판 등 인공적이며 몹시 현대적인 도시 속에서 수 세기 전에 살았던 거장들의 예술 작품이 함께 숨 쉬고 있으니 흥미로운 일이다. 브루클린의 벽화를 감상하는 것 역시 대형 미술관에서는 누릴 수 없는 뉴욕의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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