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냥 긴 잠이나 청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음 여행지에서 내리면 할 일들을 적고 있는데, 이마에 빈디를 찍은 한 소녀가 우리 칸에 와서 노래를 불렀다. 긴 이동시간 때문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깨어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녀와 나의 작은 음악회였다. 손에는 지폐 몇 장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종이돈을 손가락 사이에 야무지게 껴서 들고 있는 모습과 슬픈 노랫가락이 참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의 구슬픈 노래를 듣다보니, 아차, 소녀에게 얼른 돈을 주고 보냈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아쟁 소리처럼 떨리던 소녀의 슬픔 음색, 우수어린 눈빛, 그와 명백히 대비되는 숙련된 손놀림. 복대에서 꺼내 내미는 지폐 몇 장을 기계적으로 받아들고 소녀는 노래부르며 다음 칸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기차간의 작은 음악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어떤 날은 BGM, 배경음악이 깔리는 날이 있다. 장중한 베토벤 음악 같기도 하고, '왕벌의 비행'이 배경음악으로 깔린 것처럼 정신없을 때도 있고, 뉴에이지 음악처럼 편안할 때도 있다. 물론, 어떤 날은 아쟁이나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의 슬프거나 가냘픈 가락일 때도 있다. 나는 음악으로 상대방을 기억하기도 했다. 한살 연하인 신랑과의 연애시절은 이승기의 '누난 내 여자니까'로 기억하는 식이다. 그러면 그 음악이 그를 생각할 때 시그니처송처럼 머릿속에서 플레이되는 것이다. 등굣길에는 이루마의 '학교 가는 길'의 명랑한 피아노 리듬이 흥얼거려지던 때도 있었다. 출근길은 차라리 헤비메탈이나 레퀴엠이 어울릴 때도 있다. 상사가 자리를 비운 날은 '칸타빌레'처럼 하루종일 노래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때도 있었다. 겨울이 가까워질 때는 박효신의 '눈의 꽃'이 콧노래로 나올 때도 있고, 동생만 만나면 둘이서 만화주제가를 그렇게 목청 터지게 부르곤 했다. 12월이 오면, 크리스마스 캐럴을,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비오는 날은 빗줄기 하나하나가 현이 되어 연주되는, 하프나 비올라, 가야금 같은 현악기 선율이 퍼지는 날이다. 기분이란 가끔은 '제어'가 필요한데, 음악은 언제나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울적한 날,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며,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 일부러라도 그렇게 하면 기분이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