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그늘 다루기

태국 방콕

by 호림
IMG_5206.JPG


수상 버스를 타고 타창 선착장에 내려서 땡볕 아래 왓프라깨오 사원에 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녹아내릴 듯한 불볕더위에 '툭툭을 탈 걸' 잠시 후회가 된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육중한 몸집의 문지기들이 사원 앞을 지키고 있다. 바로 악마.


IMG_5367_셀렉, 태국, 왓프라깨오.JPG



금방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톳히리톤', 사원을 지키는 거인 악마이다.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햇살이 눈 부셔서 금세 더위에 녹초가 되었는데, 그 햇빛이 에너지의 원천인 양 톳히리톤의 위세는 압도적이다. 황금빛으로 치장된데다, 황금빛으로 부서지는 햇살 때문에 머릿속에 온통 황금빛으로 기억에 남은 곳 '왓 프라깨오'. '에메랄드 사원'이라고도 불리는 왓 프라깨오(Wat Phra Kaew). 태국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왕궁사원이다.


사원 바깥은 붉은 더위

사원 안은 푸른 그늘


골드의 향연이다. 햇빛 아래 생명력 가득 넘치는 황금색의 사원에서 사원 안으로 발을 들이자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 전해졌다. 그리고 사람은 온세상이 빛으로 숨막히는 태양 아래에서가 아니라, 약간의 그늘이 상존하는 곳에서야 안도의 웃음을 터트릴 수 있음을 알았다. 그말은 다시 말해 그 동안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얼마 동안인지 모를 만큼 찡그린 표정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뜻이다. 의식주, 사람들은 비나 우박을 피해서 뿐만 아니라 쉬어 갈 그늘을 위해서도 지붕은 필요했던 것 같다. 마음이란 어떨 때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 있는 것처럼 짜증스럽고, 어떨 때는 차가운 그늘 아래 홀로 서 있는 것처럼 춥고 괴롭다. 뜨거운 햇빛 아래 있는 것 같을 때는 마음에 한뼘의 그늘을 드리워주고, 차가운 그늘 아래 있는 것 같을 적에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제 마음을 스스로라도 껴안아줘야 한다. 그런 일은 순전히 우리 몫이다. 몸을 씻으려는데 물이 뜨거우면 적정한 온도를 맞추기 위해 차가운 물을 더하고, 물이 차가우면 뜨거운 물을 부어 자신에게 딱 좋은 온도를 찾아야 한다. 뜨거운 채로, 차가운 채로 자신의 마음을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뜨겁다고 행복하고, 차갑다고 불행하고, 돈이 있으니 행복하고, 돈이 없으니 불행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 한가지 생각에 잠식되면 안된다. 그냥 조용히 흘러가게 두거나, 그 감정을 움직여줘야 한다. 이를 테면 보일러의 '온도 조절' 같은 게 필요한 신호임을 알아차리면 되는데,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내 경우에는 그걸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동남아지역 대부분의 사원 안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태양 아래에서 발바닥이 서늘한 사원에 들어서느냐 마느냐는 오로지 한발의 차이일 뿐이다.

IMG_5398.JPG
IMG_5410.JPG



사원인 만큼 곳곳에 불공을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방식대로 연꽃을 성수에 담갔다가 꺼내 머리 위로 톡톡 치며 물방울을 떨군다. 아무래도 법당에 들어가기 전에 정화의식이 아닐까. 연꽃을 물에 담갔다가 머리에 톡톡 터는데 물방울이 주르륵 코 옆으로 흐른다. 사원을 나올 땐 문이 워낙 많아서 출구를 찾지 못해 한참 헤맨 후에 나올 수 있었다. 어디든 들어가긴 쉽고, 길을 한번 벗어나기 시작하면 되돌아오는덴 시간이 걸린다….


IMG_5416.JPG


인도 <라마야나>에서 유래한 태국의 창세 신화 <라마키엔> 벽화가 있다.

<라마야나>의 '람'이 <라마키엔>에서는 '프라람'이다. 프라람은 비슈누 신의 7번째 화신이다. 그는 아름다운 공주 시타와 혼인하지만, 악당인 토사칸이 시타를 납치하는 바람에 하누만(원숭이 신)과 함께 시타를 구출하기 위해 라마키엔의 대서사시가 시작된다. 프라람은 여차저차 어려움 끝에 시타를 구출하지만, 그녀의 정절을 의심하게 된다. 이 문제로 시타는 숲으로 들어가 홀로 아이를 낳고 기르다가 프라람과 재결합하여 왕국을 통치한다는 줄거리이다.<라마키엔> 뿐만 아니라 중국 <서유기>의 손오공 역시 라마야나의 하누만이 원형이라는 설이 있다.


1450457049872_셀렉_waifu2x_art_noise2_tta_1.png


keyword
이전 25화그날의 배경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