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톤레삽 호수
톤레삽 호수의 ‘일몰’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해가 지길 기다리는 이 시간이 하염없이 계속될 듯하다. 톤레삽 호수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수목’이 낙조 아래 국을 이루고 있다. 강물이 배에 부딪히며 철썩이는 소리를 들으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배에 탄 사람들도 핸드폰이나 DSLR을 들고, 해가 지는 멋진 광경을 찍는다. 톤레삽의 일몰을 바라보며 마음에, 흔치 않은, 평온함이 물들어간다. 천년 전 옛 왕조의 빈 터와 호수에 내려앉는 낙조의 시간은 내 삶의 숙연한 참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지는 해’는 삶을 닮아 있다. 세월의 더께가 더하며 희로애락으로 저물어가는 삶을 닮았다.
캄보디아 씨엠립에는 앙코르와트만 있는 게 아니다. ‘선셋 명소’를 찾아 떠나볼까. 사실 어느 나라에나 일몰(선셋) 명소가 있기 마련이다. 지구상에서 어디나 해가 뜨고 지고, 어디에서나 해가 지면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대가도 필요 없는 일이다. 아름다운 일몰의 광경은 그 장면을 보기 위해 멀리 타지에서 온 여행객들의 노고에도 무심한 듯 정해진 운명처럼 하늘을 물들이곤 어둑해지는 밤 속으로 몸을 감춘다. 캄보디아 씨엠립에도 선셋 명소가 있다. 바로 ‘톤레삽 호수(Tonle Sap Lake)’이다. 톤레삽 호수는 캄보디아의 15%를 차지하는 규모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호숫가에 정박해 있는 배에 올라타고서 본격적으로 석양을 보기 위해 출항하기 전에 한 소년이 배에 올라탄다.
이름이 훈센이라고 했다. 재밌게도 캄보디아 총리와 같은 이름이다. 훈센은 “1달러, 1달러”를 외치며, 승객들에게 다가갔다. 배에 탄 아이는 조그만 손으로 우리들의 등을 안마해주며, 몇 푼 안 되는 대가를 받았다. 측은해보이면서도, 깍지까지 낀 아이의 야무진 손놀림에 낙조처럼 웃음이 번진다. 수상가옥. 강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생활양식은 뭍에서 살아 온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강물에 몸을 씻고, 밥을 짓고, 낚시도 하고, 빨래도 하고, 강물은 수상가옥 주민들의 생활 자체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도 물이 두려울 게 없다. 훈센은 배의 난간에 올라서더니, 뒤따르던 나룻배로 거침없이 몸을 날린다. 가진 것이 없어도 강 위에서 안방인양 노는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