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수트라 사원

인도 카주라호 서쪽사원군

by 호림

카주라호 서쪽사원군

'어마나, 망측해라!'

카주라호 서쪽사원군은 닟 뜨거운 성행위를 하는 조각(미투나)들이 가득하다. 사원 자체가 한 권의 카마수트라 경전이다. 미색의 사암으로 조각된 이 관능적인 돋을새김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성애의 희열이 가득하다. 대놓고 관찰하고 싶다가도,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짐짓 점잖은 척 곁눈질로 미투나를 살피기도 한다. 저도 모르게 자극적인 미투나를 좇다보면 누군가는 당장에 두눈을 질끈 감거나 줄행랑을 놓을 충격적인 부조까지 발견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쯤되면 이제는 호기심을 넘어서 미투나에 질려버리고 만다. 에로틱 경전인 카마수트라(Kama Sutra)처럼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지만, 출산 장려(?) 차원에서 지어졌다는 설명도 있다. 카마수트라 자체는 성애의 기교뿐만 아니라 고대 인도인들이 성 지식을 위해 만든 경전으로서 중요한 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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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부에 위치한 카주라호(Kajuraho) 사원군은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원 안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더운 날씨에도 남쪽의 사원 안은 서늘해서, 발에 전해지던 서늘한 감촉이 지금도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서쪽사원군의 미투나는 지붕 아래의 응달이 아니라 야외에서 햇빛을 담뿍 내리쬐고 있지 않던가. 햇살 아래에 감출 것 없이 만천하에 드러낸 전위의 예술. 낯 부끄럽고 터부시되어 온 성(姓)은 사실은 음지 보다 양지에 어울렸던 건 아닐까. 카주라호 서쪽사원군의 야한 미투나는 지금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 빛나고 있을까.




카주라호의 배경이 되는 달의 신 찬트라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달의 신 찬드라(Chandra)는 인드라 신의 저주로 16세의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헤마바티(Chandra) 공주를 사모했다.


“헤마바티, 당신에 대한 사랑을 더 이상 숨길 수가 없구려!”


아름다운 헤마바티를 보며 열병을 앓던 찬드라 신은 밝은 달빛을 틈타 지상에 내려와 헤마바티와 하룻밤을 보낸다. 동이 트기 전, 새벽 이슬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며 헤마바티에게 말한다.


“헤마바티여, 그대는 아들을 낳게 될 것이다. 그 아이는 장차 훌륭한 왕이 되어 많은 사원을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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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카주라호 사원을 짓게 되는 찬델라 왕조를 세운 찬드라 트레야(Chandra Trreya·달의 아들)였다. 찬드라 트레야가 어린 시절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일화도 알려지고 있다. 찬델라 왕조가 무슨 연유로 외진 곳을 수도로 삼고, 웅장한 에로틱 사원을 세우게 됐는지에 대한 정설은 (궁금하지만) 전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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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는 "미투나를 모두 부셔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만큼 얼굴이 화끈거리도록 선정적인 조각상들이 많기 때문이다. 카주라호는 어디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암을 옮겨와 조각을 했는지도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나는 되돌아나가며, 으슥한 음지가 아니라, 양지에서 햇빛을 가득 받는 미투나들을 다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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