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랄라의 자스민향

인도 남부

by 호림

라벤더 꽃이며, 자스민, 장미를 엮어 머리를 치장한 인도 남부의 아가씨들은 속살이 드러난 허리를 산들거리며 길을 오갔다. 고아해변에는 장이 들어섰고, 왁자한 시장에는 화려한 옷감이며, 온갖 향신료와 장신구들을 내다팔고 있었다. 장사꾼과 흥정하는 아낙네들의 칼칼한 목소리는 점점 빨라졌다. 나도 가방값을 깎아보려고 흥정에 뛰어들었다. 남부 여인들이 움직일 때마다 손목에 낀 팔찌들이 요란하게 짤랑거렸다. 꽃장수들이 겨드랑이에 바구니를 끼고 옆을 지나치니 꽃냄새가 싱그럽다. 홀홀히 맴돌던 짙은 꽃향기가 시장 속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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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는 관광지가 아니라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난다.

인도 남부는 북부나 중부와 달리 열대기후로 끝없이 펼쳐진 해변이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고아(Goa)해변은 물론이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꽁끈 해안(Kongkan Coast), 건빠띠뿔레(Ganpatipule, 간파티푸레) 해변 등도 빼어난 경치이다. 해변을 거닐며 조그만 게들이 땅 속으로 몸을 숨겼다가 지상에서 재빨리 움직이곤 했는데, 뭘 그리 작은 몸으로 분주히 옆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구경도 재미난다. 고양이도 해변 산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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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기 전엔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던 인도 남부. 어떻게 봐도 전날까지 있던 중부지역과 딴판이다. 단 하루만에 아열대지역으로 날아온 것 같다. 마냥 인도를 종단하기 위한 귀착지 중에 하나였던 케랄라가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왔다. 고아 해변의 마켓에서는 저렴하게 기념품들도 사고, 코코넛 야자수도 마셨다. 언제 마셔도 큰 기대없는 밍밍한 이 맛. 고아 해변에서 페러세일링 했던 전율이 지금도 감돈다. 나는 꽃으로 머리를 치장한 사리 차림의 어여쁜 인도 여인들을 바라보고, 그녀들은 큰 눈망울로 이방인을 탐색했다. 넓은 대지만큼 광활히 펼쳐진 바다와 사람들의 순수한 눈빛. 그 모든 게, 지금도 그대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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