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면 생기는 일(2)

고쳐서 사는 것은 고된 일입니다

by coloresprit



집을 세를 주면서 빌트인 쿡탑이 오래돼서 교체를 하기로 했다. 집을 지을 때 세팅된 쿡탑모델은 단품이 되었고, 호환되는 사이즈의 제품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돈이 더 들더라도 전기를 사용하는 인덕션으로 교체하려고 도시가스관을 제거했는데, 아뿔싸 이런저런 제품을 알아보다가 빌트인 제품들은 싱크대 상판구멍사이즈를 확인해야 했고 설치하려면 상판을 잘라서 맞춰야 했다. 결국 가스쿡탑을 다시 설치하려고 알아보니 브랜드별로 사이즈가 재각각이었다. 상담원을 통해 그나마 같은 브랜드 제품으로 사이즈가 호환되는 것을 주문했고 도시가스만 연결하면 될 줄 알았다. 아뿔싸. 대략 2~3 밀리미터 정도가 모자란다. 결국 또 싱크대 상판을 고치기 위해 수리업체를 별도로 불러야 했다. 빌트인 제품이란 게 이토록 불편한 이면을 가지고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인테리어상이나 사용할 때는 보기 좋았지만, 그 뒤에는...

한국에서 집을 고쳐 산다는 게 이렇게 불편한 일이구나. 사람들이 집을 고칠 때 부분으로 하지 않고 전체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를 이번에 고생하면서 알게 되었다.



반대로 욕실 수전은 브랜드에 크게 상관없이 대략적인 사이즈가 맞는다. 그렇다고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니지만 별도로 구멍을 내거나 하지 않아도 교체가 되어 타일을 교체하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전도 이쁘다고 무조건 구매하면 안 된다. 기존 수전의 구조 형태에 따라 제품이 다양하거나 좁혀지기도 한다. 홈쇼핑에서 욕실도 한 번에 바꾸는 판매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를 알겠다. 물론 한 번에 바꾸면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조화도 좋겠지만, 필요한 부분만을 교체하면서 잘 살 수 있어야 하는 게 한다.

구독으로 사용하던 비데가 구독기간이 끝나 자체적으로 필터를 교환하다 보니, 이 역시 브랜드마다 사이즈도 다르고 호환되는 기종도 다르다. 이웃이 이사 가면서 주고 간 필터는 결국 사용하지 못하고, 기종을 꼼꼼히 체크해서 구입을 해야만 했다.

쿡탑은 역시 이렇게 사이즈를 다르게 만드는 걸까?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사이즈 정도는 통일을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비단 쿡탑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전기제품들을 오래 사용하기 힘든 이유가 필터나 부품 같은 것들이 단종되거나 사이즈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브랜드만의 기술력이나 디자인, 변별성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자주 발생되는 특정부품은 어느 정도 약속된 사이즈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쿡탑 하나를 교체하기 위해 이사한 집에서 살던 집까지 몇 번을 오고 가야 했다. 그 와중에 버스업계가 파업을 해서 갈아타면 금방 갈 거리도 걸어서 다녀야 했다. 버스기사님들은 협상 싸움을 하고 있고 출퇴근하면서 힘든 분들도 많으실 텐데, 조금 불편한 것은 견뎌야겠지! 공공버스 시스템에 대한 공론이 일어난 것을 비롯해서 파업이 불러온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있었으면 한다.



서울에서 오는 길에 내리는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오는 8분 정도의 거리에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4번을 건너야 한다. 그중 작은 사거리를 제외하면 두 개는 2차선의 차량도 많지 않은 곳인데도 신호등이 있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굳이 이런 작은 길에까지 신호가 필요할까. 다들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건너가 버린다. 이런 작은 것들이 법이 가지는 양면성과 닮아있다. 자율적으로 잘 지키고 살 수 있지만, 몇몇의 악용사례 때문에 법이 생겨 번거롭고 까다로워진다. 법이 생겨 좋은 것보다 불편한 것들이 생겨버린다. 신호 있는 횡단보도가 그와 비슷한 이치 같다.

오늘도 난 신호를 기다리며 평소에 보지 못했던 거리의 풍경을 발견해 본다. 아.. 농협은행이 있었구나. 신호를 건널 때마다 약국이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주택가로 왔구나 싶다. 개발된 신도시가 아니라서 어르신들도 많이 계시고 오일장도 선다고 한다. 다음엔 오일장 구경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