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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esprit Jan 26. 2016

완벽한 중세도시 트로기르

크로아티아 5막

2015년 8월 25일,  중세를 거닐다 트로기르 Trogir




지난 저녁에 넘쳐나는 많은 사람들에 놀라고 지친 나는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며 트로기르로의 여행 준비를 마치고, 제대로 보지 못했던 스플리트를 보고 사진도 찍을 겸 해가 뜨기 전 숙소를 나섰다. 해가 아직 뜨기 전 어슴푸레한 어둠에 숨어있던 리바거리는 언제 사람들로 가득 차 북적거렸는지 모를 정도로 차분하고 고요했다.

빛나는 대리석 길로 이어진 마르몬토바 거리를 지나 디오클레우스 궁전으로 향했다.

때마침 떠오른 해는 고대로마의 유적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비록 여기저기 허물어지고 일부는 부서졌지만, 로마식 열주 기둥과 화려한 중세의 건축양식이 살아있는 궁전은 빛나 보였다. 전날 밤 젊은이들과 음악, 열정으로 가득 차 있던 광장은 조용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트로기르로 이동하는 방법은 버스와 페리가 있는데 자주 운행하면서도 시간이 짧은 버스로 가는 방법을, 돌아올 때는 지중해의 바다를 느낄 수 있는 페리로 여유 있는 귀가를 계획했다.

트로기르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왜 이곳을 그토록 권유했는지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하나의 섬에 세워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지정될 만큼 입구부터 남다르게 아름다웠다.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채 중세 유럽이 고스란히 유지되어 있는 중세의 섬 트로기르. 트로기르는 헬레니즘 시대의 영향을 받은 도시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로마는 도시를 만들 때 북쪽에서 남쪽으로 통하는 길인 카르도 cardo와 동쪽에서 서쪽으로 통하는 길인 데쿠 마누스 decumanus를 만들었는데, 이 직교형 구조를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헬레니즘 시대 때부터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성당, 궁전, 탑과 주거지들이 함께 섬안에 압축되어 존재하는 곳으로 현재의 모습은 베니스 공국의 침략으로 파괴되었다가 15세기경 다시 건축된 것들이다.

이바나 파블라 광장 Trg Lvana Pavia 광장을 중심으로  성 로렌스 성당, 크네베브 궁전 Rector’s Palace, 시계탑, 시청, 박물관이 성 밖으로는 카메르 렝고 요새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올드타운의 중심이 되는 건물은 성 로렌스 성당 St. Lawrence  Church이다.

크로아티아 가장 정교한 건축물 중 하나로 로마네스크 기법에 다양한 양식이 더해졌는데, 종탑의 1층은 초기 고딕 양식, 2층은 아름다운 베네치아식 고딕 양식, 3층은 후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장식되어 있다. 성당 입구에는 이름 높은 조각가 라도반의 작품으로 베네치아풍의 사자 조각과 아담과 이브의 조각상이 눈에 띈다. 아담과 이브상은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누드 조각이라고 하는데, 그 정교함이 현대의 것 못지않다.

섬 전체를 보기 위해 대성당 종탑의 아슬아슬한 철계단을 오르는 동안 온몸과 다리는 그 아찔함에 덜덜 떨려왔고 온몸은 땀과 공포로 범벅이 되었지만, 종탑 꼭대기에서 펼쳐지는 풍광은 그 두려움을 견디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붉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오렌지와 다홍색의 지붕들은 오래된 돌벽과 어우러져 지중해 태양빛에 잘 그을려져서 아드리아해의 산호색 바다와 어울려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어느새 스플리트에서의 두 번째 밤이 지나가고 있었고 내일은 마지막 여정지인 두브로브니크로 이동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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