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빠져나간 해수욕장을 천천히 걸어본다.
찰박찰박 바닷물과 모래가 운동화와 바지 끝단에 들러붙는다.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나는 늘 계곡파였다.
해수욕장과 계곡을 선택하라면, 늘 계곡을 택했다.
제대로 씻을 샤워 시설이 없고 아무리 씻어도 온몸에 들러붙는 모래가 싫었다.
사실 그마저도 잘 가지 않았다.
물속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었다.
아마 항상 내 몸을 감추고 싶어 했고, 부끄러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예쁘고 날씬하던 시절에도 나는 늘 래시가드로 대변되는 유교걸 수영복으로 내 몸을 가렸다.
서른 후반,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야 바다가 주는 위로를 느낀다.
내 몸을 가리고 안 가리고를 떠나 탁 트인 바다에서 맡는 색다른 공기의 기운, 그 힘을 느끼게 되었다.
늘상 보던 풍경이 아닌 색다른 풍경이 주는 위로.
그리고 그 안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나의 아이.
오늘도 나는 마음껏 투정 부리고, 위로받고 돌아온다.
2022. 03. 19.
결혼기념일 다음날을 기념하며(?)...
생후 1028일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