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서 낮잠까지 자고 왔다.
예상외로 울지도 않고, 애착 이불 주고 토닥토닥해주니 금방 잠들었다고.
1시간 정도 자고,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니 일어났다고 한다.
집에 와서도 피곤해하거나 짜증 내지 않고 잘 놀고, 저녁도 잘 먹었다.
나와 남편 없이 낯선 곳에서 잠을 잔 것이 처음이어서 어땠는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하율아, 오늘 000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니까 어땠어?"
"00(담임교사 별칭)가 토닥토닥해줬어~"
"그랬어? 그래서 하율이가 금방 코잠 코잠 할 수 있었구나. 너무 좋았겠네."
"근데 하율이가 졸려서 울었어."
"웅? 00(교사)이 하율이 안 울고 잘 잤다고 했는데?"
"하율이가 졸려서 울었지~"
울지 않고 잘 잤다고 들었는데 왜 자꾸 울었다고 하나 했더니만,
"00(같은 방 친구 이름)가 졸려서 울었어~"
친구 이름을 이야기한 건데 내가 하율이로 잘못 알아 들었던 것.
(말문이 트인 지 이제 두 달 정도밖에 안돼서 아직 발음이 많이 뭉개진다.)
아이의 입에서 친구의 이름이 거론된 게 처음이었다. 유난히 또래 친구들을 불편해했던 아이라 집에 또래 아이들을 초대하는 것도, 다른 아이 집에 놀러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계속 시도를 해보면 나아졌으려나 싶지만 팬데믹까지 겹쳐 아예 포기하고 아이와 둘이서만 늘 돌아다녔다.
어린이집 적응 초반에도 늘 같은 방 아이들과 멀찍이 떨어져서 혼자 놀던 아이였는데 불과 3주 만에 "꿀벌들이랑 놀았어~" "00랑 모래 놀이했어~"라고 친구들을 이야기할 줄 알게 되었다. 워낙 친구들을 불편해했기에 같은 방 아이들의 이름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이미 같은 방 친구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00가 졸려서 울었구나. 내일 혹시 00가 또 졸려서 울면, 하율이가 토닥토닥 달래줘. 엄마가 하율이 울면 토닥토닥해주는 것처럼. 알았지?"
내 말에 아이가 나를 쳐다본다. 아이의 등을 토닥토닥해주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토닥토닥~ 00가 졸려서 울었어. 토닥토닥~"
아이가 처음으로 불러준 같은 방 친구의 이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022. 03. 21.
어린이집 적응 3주 차.
생후 1030일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