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꿈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키오스크 그림책

by 일상채색가 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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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KIOSK) 소개

키오스크(KIOSK)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으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는 단말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본래 이 단어의 뜻은 이슬람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원형 정자를 일컫는 건축 용어로 길거리의 간이 판매대나 작은 규모의 매점을 뜻하기도 한다.


이 책은 2021년 피터 팬 상 수상작(피터 팬 상은 2000년부터 스웨덴과 예덴보리 북페어에서 제정하는 상이다, 출처: 교보문고)이고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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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테 멜레세 작가 소개

아네테 멜레세는 1983년 라트비아에서 태어났고, 라트비아 예술 아카데미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스위스 루체른 응용과학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동명의 단편 애니메이션 <키오스크>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 지금은 스위스에서 살며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키오스크 줄거리

그림책의 주인공 이름은 올가. 올가는 원형 정자 모양을 띄고 있는 길거리의 간이 가판대에서 하루 종일 앉아 신문이나 잡지, 복권을 판다. 이 키오스크라는 공간은 올가에게 아주 특별한 곳이다. 자기 몸 하나도 겨우 들어갈만한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은 올가의 일터이기도 하고, 쉼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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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올가는 단골손님들을 상냥하게 대한다. 강아지와 함께 오는 손님에게는 강아지의 간식을 건네고 우는 아기에겐 막대 사탕을 주며 울음을 그치게 한다. (아이가 그걸 알고 있다는 문구가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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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친 올가가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올가는 지친 몸을 그대로 키오스크에 눕힌다.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몸은 그대로 늘 키오스크 안에 머문다. 대신 여행 잡지를 읽으며 석양이 황홀한 먼바다를 그려보는 것으로 지친 몸을 달랜다.

올가가 키오스크에서 잠을 자는 이 페이지는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페이지였다. 어른의 눈에는 좁고 답답해 보이는 키오스크였지만, 색감이 알록달록하고 곳곳에 빈틈없이 자리한 물건들이 아이의 눈에는 흥미로웠나 보다.

이 페이지를 펼쳐두고 '올가는 왜 휴지를 두 개 옆에 뒀을까? 가위는 왜 있는 걸까? 잡지가 엄청 많네~'라고 하며 한참을 조잘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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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남자애들이 과자를 훔치려는 것을 잡으려다 올가가 그만 키오스크와 함께 넘어져 버렸다. 키오스크로 표현되는 올가의 세상이 뒤집혀 버린 것이다.

물건을 주우려고 애쓰던 올가는 키오스크를 들어 올리면 자신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동네 산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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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던 올가는 신이 나서 자신의 주변을 맴돌던 강아지의 목줄에 걸려 그만 넘어진다.


우연히 벌어진 일이지만,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올가는 그렇게 또 한 번 우연한 사고로 강물로 떨어지고 만다.


나의 키오스크, 나의 먼바다

책은 그렇게 좋아하고 많이 읽으면서도 그림책과는 가까워지지 못한 사람이 바로 나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도는 꽤 높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도통 그림책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분했고, 엄마가 되고 아이에게 읽어주는 목적으로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그림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고, 이제는 왜 어른들도 그림책을 읽으면 좋은지 조금 알 것 같다. (물론 나는 여전히 책이 더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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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키오스크 같은 곳은 무엇인지, 올가가 가고 싶어 했던 석양이 아름다운 바다처럼 나에게 먼바다 같은 존재는 어디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진리지만, 아무 생각 없이 내 앞에 주어진 일만 겨우 해치우듯 살다 보면 어느새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나를 발견한다.


올가처럼 아름다운 바다에 가고 싶지만 가고 싶다 생각만 하고, 키오스크 안에서 잡지로 사진이나 보는 삶. 불과 얼마 전까지는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올여름부터 두 달 가까이 조금 심각한 심리적 침체기를 겪었고, 겨울을 싫어하는 나지만 올해는 날이 쌀쌀해짐과 동시에 벌어진 여러 일들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겨울잠 모드로 들어가던 전과는 아주 다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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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페이지는 내가 가장 좋았던 그림이다.

처음 키오스크가 쓰러졌을 때, 키오스크를 들고 산책을 해보기로 선택한 올가의 표정과 강물에 떨어져 바다로 흘러갈 때의 표정은 두려워하거나 우는 표정이 아니다.

너무 신나게 웃고 있다.

아마 올가는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만이 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뻤던 것이 아닐까.

올가가 쓰러진 키오스크 안에서 과자를 훔쳐 가려던 아이들을 탓하며 그 자리에 다시 키오스크를 세우고 머물렀다면, 그녀는 강물을 바다로 흘러가는 엄청난 모험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내 안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내 인생은 내가 주도하는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약해져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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