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작가 소개
신형철 평론가는 2005년 평론으로 등단 후 아름다운 문장과 정확한 비평이 함께하는 고유의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평론가 중 한 명이다. 2011년 출간된 '느낌의 공동체' 이후 두 번째로 출간된 산문집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다. 이번 산문집은 <한겨레21>에 연재됐던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을 비롯하여 여러 일간지와 문예지에 연재했던 글과 미발표 원고를 모아 엮은 것이다.
슬픔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쓰다
자신이 쓴 글을 하나의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슬픔'이 글 다수를 관통하는 주제임을 깨달은 신형철 평론가는 '타인의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슬픔을 이해하고 공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를 글로 풀어놓는다.
또한 슬픔이라는 키워드로 글을 묶게 된 것에 대해 2014년 4월 16일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와 2017년 아내의 수술이 영향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좋은 리뷰는 무엇일까
나는 리뷰를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읽는 것도 상당히 좋아한다. 리뷰를 쓰는 사람들은 많지만 왜 신형철 평론가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생각해 본다.
나에게 좋은 리뷰는 그의 리뷰를 읽고 나서 나도 그 책이나 영화, 공연을 보게 되었을 때인 것 같다. 반대로 어떤 영화나 책을 본 이후 내가 느낀 감정을 비슷하게 글로 풀어낸 리뷰를 보면 마치 동네 단짝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을 느낀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은 뒤 내 핸드폰 메모장에는 봐야 할 영화와 책 목록이 빼곡하게 적혔다. 이미 읽었던 책이나 영화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이 필력. 대단한 평론가다.
슬픔을 성실하게 공부하는 그의 문장들
이 책을 읽으면서 신형철 평론가에게 측은한 마음이 조금 들기도 했다. 이렇게 섬세한 안테나를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매 순간 성실하게 타인의 슬픔을 공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진저리 치며 공감한 그의 문장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은 뒤, 너무 감동적이고 좋았는데 그 감정을 말로 옮길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옮겨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뒤죽박죽 쓰다 보면 산으로 가는 경우 말이다.
이럴 때 나는 신형철 평론가처럼 전문가들이 쓴 리뷰를 찾아보기도 한다. 매번 그렇진 않지만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킬링디어>에 대한 리뷰가 그렇다.
신형철 평론가가 인용한 이 문장을 읽을 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격한 공감을 느꼈다. 조금만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등장해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슬픔에는 덜 공감하는 경험.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나에게는 위로가 된 문장이기도 하다. 가끔씩 너무 쉽게 슬픔에 지배당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원래 인간이 슬픈 짐승이고 우리 모두가 슬픔의 식민지라는 표현을 읽고 있으니 슬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는 내 모습이 덜 꼴 보기 싫어졌다.
<열두 겹의 자정>이라는 시에 대해 이야기하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이 슬픔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슬픔'이라고.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성대가 얼마나 커다랗게 부풀어 올라 있을지.
<폭력에 대한 감수성> 부분은 크게 공감하며 읽은 꼭지 중 하나다. 하나의 사건 혹은 인물에 대해 모든 각도에서 섬세하게 바라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너무나 많은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공감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최대한 섬세해지는 노력을 해야 다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나 역시 박완서 작가와 그가 만들어낸 세계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다. 손바닥 위에 올라가면 모든 게 다 문학이 된다니... 최고의 극찬 아닐까. 박완서 작가의 부고 소식에 '거대한 도서관 하나가 무너져 내린 것처럼 쓸쓸하다'라는 표현도 너무 공감했다.
작가는 어떤 사람을 존경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깊이 있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라 말한다. <깊이 있는 사람>을 읽으며 인간의 고통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타인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있을 때, 얼마나 그 고통에 깊이 있게 공감해 줄 수 있을까. 우리는 어리석게도 내가 겪는 고통이 아닌 이상, 그 고통을 완벽하게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이 또한 공부가 필요하다 말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능력과 그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능력. 점차 거세되는 그 능력. 애써서 지켜야 하는 능력이다.
곁에 두고 자주 꺼내고 싶은 책
살기가 점점 팍팍해져서인지 슬픔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토록 깊이 고찰하는 책을 읽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기에 인간을 이해하고 공명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깊게 사유하고 정확한 문장을 찾아 글로 써내는 일을 꾸준히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
곁에 두고 자주 꺼내고 싶은 책
살기가 점점 팍팍해져서인지 슬픔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토록 깊이 고찰하는 책을 읽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기에 인간을 이해하고 공명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깊게 사유하고 정확한 문장을 찾아 글로 써내는 일을 꾸준히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
정확히 인식해야만 정확히 위로할 수 있다
2022년에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슬픔을 이해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 이 책으로 슬픔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