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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채색가 다림 Aug 22. 2021

너의 이름은

생후 815일의 기록

모든 엄마들은 아이가 처음 무언가를 말한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아이의 첫마디는 어이없게도 “됐다!”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옹알이만 줄창 하다가 처음 내뱉은 말이 엄마도 아빠도 맘마도 아닌 됐다라니..?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 때, 옷을 갈아 입힐 때, 목욕을 다 하고 거실로 나갈 때, 내가 늘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자~ 다 됐다! 됐다!”


엄마가 하루에 수십 번을 자신을 보며 됐다고 하니 결국 그것이 아이의 입으로 송출돼서 나왔던 것.

(이래서 애 앞에선 월령에 관계없이 입조심해야 한다)


말이 빠른 편은 아니라서 아직 문장으로 말은 어렵고, 단어 위주로 발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최근 들어 내가 하는 말을 ‘어른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정확도로 따라 하려고 하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도 많이 늘어났다.


처음 하율이라고 이름을 말한 날, 아이의 입에서 ‘됐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처럼 간질간질해졌다.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하율!이라고 할 때마다 엄마의 마음에는 꽃이 핀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면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더니, 아이의 성장을  순간 목도할 때마다 엄마의 마음엔 꽃이 피어오른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작은 들꽃 수수하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연약해 보이지만  자리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만큼 강인한 .


본격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엄마는 아주 꽃밭에서 살겠구나. 엄마도 이제 아줌마인가 봐, 꽃이 너무 좋단다.



+ 영상도 있답니다. 너무 귀여우니 주의하세요!

https://www.instagram.com/tv/CS3hOXjBmgC/?utm_medium=copy_link


Title image by 딩크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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