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15일의 기록
모든 엄마들은 아이가 처음 무언가를 말한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아이의 첫마디는 어이없게도 “됐다!”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옹알이만 줄창 하다가 처음 내뱉은 말이 엄마도 아빠도 맘마도 아닌 됐다라니..?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 때, 옷을 갈아 입힐 때, 목욕을 다 하고 거실로 나갈 때, 내가 늘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자~ 다 됐다! 됐다!”
엄마가 하루에 수십 번을 자신을 보며 됐다고 하니 결국 그것이 아이의 입으로 송출돼서 나왔던 것.
(이래서 애 앞에선 월령에 관계없이 입조심해야 한다)
말이 빠른 편은 아니라서 아직 문장으로 말은 어렵고, 단어 위주로 발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최근 들어 내가 하는 말을 ‘어른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정확도로 따라 하려고 하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도 많이 늘어났다.
처음 하율이라고 이름을 말한 날, 아이의 입에서 ‘됐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처럼 간질간질해졌다.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하율!이라고 할 때마다 엄마의 마음에는 꽃이 핀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면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더니, 아이의 성장을 매 순간 목도할 때마다 엄마의 마음엔 꽃이 피어오른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작은 들꽃처럼 수수하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자리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만큼 강인한 꽃.
본격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엄마는 아주 꽃밭에서 살겠구나. 엄마도 이제 아줌마인가 봐, 꽃이 너무 좋단다.
+ 영상도 있답니다. 너무 귀여우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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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image by 딩크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