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억을 도와줄까, 제한할까?

2022년 1월 1일

by Sandy

2023년은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삶에 들어온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2003년을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서울에 올라와 창동 이모집의 작은 방에 내 공간을 꾸리던 날,

새터에 가려고 떡볶이 단추 코트를 입은채 학생회관 앞에 어색하고 어정쩡하게 모여 서있었던 우리들,

이런게 아마 첫 기억이지 싶다.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인지라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대학 시절 내내, 20대에도 30대에도.

40을 바라보는건 서른이 될때와 다르게 많이 버겁다. 30대가 20대때 보다 훨씬 더 즐거웠듯 40대에도 그럴수있을까?

나이 만큼이나 20년이라는 숫자도 무겁다. 일생의 반을 살아낸 도시 서울과 일생의 반 이상을 함께한 친구들.

이제 내 삶도 반쯤 살았겠지.


사진은 기억을 도와줄까? 제한할까?

내가 가장 자주 소환하는 추억들은 언제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과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저 사진을 안찍었으면 기억도 못했겠지 싶을때도 있고

그때 더 많이 찍어둘걸 이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데 학창시절처럼 별다른 사진이 없는 시기들은 기억들이 뿌옇긴해도 더 자유롭게 존재한다.

늘 같은 기억을 떠올리지도 않는다. (물론 생각하는 빈도도 훨씬 적다)

금강산에 갔을때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않았는데...(무슨 생각이었던건지 깜빡하고 놓고 간것도 아니고 일부러 안가져감)

그 때 찍은 사진이 있었다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억과 다를까?

더 많은 걸 기억할까? 아니면 사진에 있는 모습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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