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by Sandy

좋은 대화가 고프다.

서로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록 짜릿함이 배가 되고

대화가 지속될수록 나의 시야가, 세계가 확장되는게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깊고 진한 대화가 고프다.


오랜만에 대학 후배를 만났다.

여느때처럼 신변잡기를 늘어놓고, 하고 또 했던 십수년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온갖 드립을 쳐대며 낄낄댔지만 나는 계속 아쉬웠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자취방은 언제나 온갖 친구들로 들끓었고

우리는 술 한잔 없이 동이 틀때까지 끝도 없는 이야기를 열띠게 나누곤했다.

거기에 누가 있었고 무슨 대화를 했는지 이제는 기억나지않는다.

8,90년대 대학생들 처럼 거대한 이데올로기속에 온 몸을 던진 세대도 아니고

겨우 스무살 조금 넘은 대학생들의 치기어린 강변에 지나지않았을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 그 새벽녘 진지했던 우리들의 눈빛을 기억한다.


J는 내가 거의 처음으로 학교나 회사같은 조직이 아닌, 외부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비슷한 또래였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때문에

우리의 세계는 서로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우리의 대화는 내가 여지껏 그 누구와도 해보지않았던 주제로 넘쳐났다.

나의 20대는 그렇게 여물어갔고 나는 그때의 우리가 그립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