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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희 Oct 22. 2024

서툴러도 일단 출발!

나는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었다.

10여년간 운전을 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운전불능 상태나 다름 없었던 것 같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때때로 택시를 타기도 하며 특별한 불편함 없이 생활했다.


운전을 다시 해볼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다 보니 자신이 없었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 겁이 났던 것 같다.


그런던 중 아이가 생겼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아이를 데리고 이동한다는 건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이를 들춰업고, 짐 가방에, 유모차까지 챙겨야 했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는 일조차 쉽지가 않았다.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병원도 가야하고, 문화센터도 가야하는데.

이동할 일은 많은데 더 이상은 방도가 없었다.

운전연수를 받아야만 했다.


두근거리는 첫 날, 선생님께서 연수차량을 끌고 집 앞으로 오셨다.


아, 어느 쪽이 악셀이고, 어느 쪽이 브레이크더라.

머릿 속이 정말이지 하얬다.


"자, 출발하죠. 동네 마트부터 가봅시다"


몇 가지 조작법 정도를 알려주신 선생님께서 곧장 벨트를 매시며 말씀하셨다.


응? 당장 출발하라고? 지금? 바로?


"저 선생님, 뭔가 착오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 장롱면허 10년차에요..."


혹시나 정보 전달이 안되었나 싶어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넸다.


"응 알아요. 근데 일단 출발을 해야 뭘 배우든지 하는거지. 자, 천천히 가봅시다, 출발!"


맞다, 뭐든 배우려면 일단 시작을 해야되는 거였지.


후덜거리는 다리, 힘이 잔뜩 들어간 두 팔로 앞을 향해 천천히 운전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아는 길들로 살살 이동하니 긴장도 조금씩 풀어졌다.


차선을 바꿔보기도 하고, 마트의 구불거리는 주차장을 올라가 보기도 했다.


주차를 하며 세상 모든 운전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품기도 했다.


아니 대체 그 좁은 공간에 어떻게들 그렇게 차를 잘 집어넣는단 말인가? 평행주차는 또 어떻고.


서툴기 짝이 없었지만, 그렇게 아무런 사고 없이 10년만의 첫번째 연수를 잘 마무리했다.


실수해도 괜찮아, 그러면서 배우는거지.

아이에게 늘 하는 말이지만 정작 나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실수할까봐 두렵고, 창피를 당할까 두려웠다.

그 나이에 그것도 못하니라는 시선을 받는 것도 싫었고.


그런 것들이 무서워 많은 일들에 너무도 주춤했었던 것 같다.


일단 출발,


악셀을 밟고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갔던 그날처럼, 이제는 낯설고 서툰 일들을 시작하는 일에도 조금 더 용기를 내보고 싶다.


서툰 나의 서툰 일보 전진을 매일같이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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