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가르치려는데 아이가 협조적이지 않다.
10보다 큰 숫자를 알려준다는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일 줄이야!
대놓고 공부를 하자고 하면 싫어할게 뻔했다.
그래서 은근슬쩍 놀이에 숫자 개념을 섞어보았다.
하지만 녀석, 귀신같이 알아챈다.
이 놀이 말고 다른 놀이를 하자며 이것저것 장난감들을 들이민다.
'숫자 놀이도 재미있는데~ 숫자 공부 잘하면 젤리도 몇 개 먹는지 잘 알고 먹을 수 있는데~?'
'흥, 숫자 공부는 재미없어 안할래~'
아이가 실실 웃으며 도망간다.
그러더니 곧 내 핸드폰을 찾아들고 쪼르르 달려온다.
'아까 나 그네탄거 보여줘요~'
너도 공부가 본능적으로 싫은거니.
유튜브 보며 소파에 누워있는 엄마처럼 영상을 보며 놀고 싶은거니.
순간 쩝, 아이에게 할 말이 없다.
언제 한 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짬만 나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모습만 보여준 것 같다.
어린 시절, 다른 건 몰라도 공부는 참 많이했었다.
스무살에 법학과에 입학해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29살에 변호사가 되었으니,
어쩌면 이십대의 전부를 공부만 하며 살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변호사시험을 마친 뒤 이고지고 다니던 법서들을 재미삼아 쌓아보았다.
내 키를 훌쩍 넘어서는 책들.
그 책들을 한 번도 아니고, 수 회씩 반복해서 보았으니!
공부는 참, 지긋지긋하게 했던 셈이다.
그 시간들이 버거웠던 것일까.
살면서 공부는 이 만큼 했으면 됐지,
아,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1년, 2년 업무를 배운답시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현생을 살아내느라 또 한 번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한동안은 소진하는 시간들만을 보냈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갈수록 느끼는 것은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시절 좋아라 했던 ‘샤이니’의 노래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처럼 사랑만 계속되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세상 배울게 얼마나 많은지!
아이가 짜증을 낼 때는 어떻게 훈육해야 하지,
월급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투자는 또 어떻게 해야 하고,
나의 노후는 과연 대책이 있는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려면 어찌해야할까,
건강하게 잘 살려면, 어떻게 먹고, 운동하고, 또 생활해야 하나 등등!
세상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알아가야 할 것들 투성이다.
공부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배길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인 것이다.
하지만 낯선 것들을 알아가고 차분히 공부해 나간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자꾸만 뒤로 미루고싶다. 아가야 너도 그런거지?
너무 각잡고 해야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모르고 있던 작은 개념 하나씩이라도, 고민이 있는 부분에 대한 짧은 책 한권씩이라도 읽어보려 했으면 좋았을텐데. 시덥잖은 짧은 영상들을 수없이 소모하며 킥킥대던 그 시간들에 말이다.
아이 앞에서 조금은 뻘쭘한 생각이 든다.
엄마가 너무 핸드폰하는 모습만 보여줬지, 미안.
공.계.한,
어차피 계속되어야 할 공부, 이제부턴 너무 욕심내지 말고 딱 한걸음씩만 가보려 한다.
아이와 함께 읽고, 함께 조금씩 성장해야지!
자, 그래서 엄마표 학습은 어떻게 시키는 건가요 육아서적부터 사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