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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희 Oct 08. 2024

계란찜이 폭발한 이유는 뭐였을까

아이가 계란찜이 먹고 싶다고 했다.


서른 세살에야 밥을 처음 지어본 내가 계란찜을 해봤을리가!


계란찜은 전자레인지로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정도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계란찜 전자레인지'라고 검색하니 5분만에 만들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들이 주르륵 나왔다.


절대로 실패없는, 성공율 100% 보장 레시피라고.


그 중 가장 간단해보이는 레시피 영상을 골라 유심히 들여다봤다.


아 뭐야, 이거 정말 간단하잖아?


그저 계란 몇개를 휘휘 풀어 소금을 촵촵, 쪽파를 송송 넣어준 뒤 전자레인지에 돌려주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었다.


나는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계란을 풀어 휘휘 저은 뒤 소금과 송송 썬 쪽파를 넣었다. 자신있게 뚜껑을 닫고 시키는 대로 전자레인지에 5분!


그런데 그릇이 전자레인지가 돌아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펑펑 폭죽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불안한 마음에 작동을 멈추고 전자레인지를 열어보았는데, 맙소사.


온갖곳에 계란물이 튀어 전자레인지 안이 난리 법석이 되어 있었다.


뭐지, 성공율 100퍼센트라고 했는데, 이 당혹스러운 상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숨으로 전자레인지를 닦은 뒤 다시 한 번 비장하게 계란물을 풀어 전자레인지 안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2번째 역시 계란물 폭죽이 터지긴 마찬가지. 정말이지 처참한 심정이었다.


식탁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다시 한 번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똑같이 따라했는데...


나는 곧 문제가 간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릇의 뚜껑을 덮지 않은 채 전자레인지 안에 넣었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니, 쩝.


나는 다시 한 번 계란물을 풀었다.


뚜껑을 덮지 않은 그릇 째로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려주었더니, 드디어 예쁜 계란찜이 완성되었다.


다행히 소금간까지 잘 맞아 내가 알고 있는 속세의 맛 계란찜을 아이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요알못 똥손 엄마의 피땀눈물 계란찜이었던 셈이다!


뚜껑을 닫냐, 닫지 않냐.


이렇게 작은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도 모르게 작은 일들은 별 것 아니라고, 또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뚜껑을 여닫는 작은 일들을 하루하루 차곡이 쌓아나가가 보면, 언젠간 정말이지 훅 자라난 모습의 나를 만나볼 수도 있는걸까?


하루 30분 운동하기,

매일 감사한 일 3가지 적어보기,

걸을 수 있는 거리는 걸어가기,

아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등등.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지극히 작은 일들이지만, 이 일들이 쌓여 언젠가 내게 큰 기쁨과 힘이 되어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그나저나 다음엔 절대 뚜껑을 닫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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