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급 인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해정 Nov 09. 2016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긴 이유

리더의 조건





내 평생에 학급 임원이라고는 고2 때 딱 한번 경험이 있다.
엄청 평범하고, 성적도 그냥저냥 중상 정도의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는 여고생이었다.
그런 내가 선생님 심부름으로 교실을 비운 사이에
정말 우연히 학급 임원 선거에 추천되었고
나는 심부름 다녀오자마자 선거 연설을 해야했다.

추천된 것도 당황스러운데
갑자기 반 임원이 되면 뭘 하겠다-
와 같은 공약이나 연설을 하라니 어찌 당황스럽지 아니 한가.

아무리 말을 잘한다거나 무대 공포증이 없더라도
갑작스러움만큼이나 말문이 막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나는 교탁앞에서 한동안
음, 아, 저기 , 그 ...
를 반복하며 머뭇머뭇 거렸다.
얼마나 그꼴이 바보같았겠는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바보스러운 모습에
친구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굉장히 훈훈하고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그때 후보가 한명 더 있었다.
그 친구는 스스로 임원이 되고자 앞에 나선 인물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쭉 학급임원을 해왔고 리더십도 있어
임원에 적합한 인재로 보였다.

참 이상했다.
스스로 나선 인재에게는 냉랭한 분위기.
무관심, 침묵.
누가봐도 호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임원은 말한마디 제대로 못했던 내가 됐다.

왜일까.
왜 사람들은 리더를 뽑는 자리에
바보스러운 사람에게 좀더 기회를 주려하는 걸까.
왜 그런 어리버리한 모습에 호의를 베푸는걸까.

가끔 사람들은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인다.
리더란 사람들보다 뛰어나며 선도해나가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얘기해놓고서는
리더를 뽑을 땐
나보다 약하고 만만하고 친근해보이는 인물을 뽑는다.

난 알고 있었다.
내가 만만해서 뽑혔다는 걸.

사람들은 뛰어난 자에게 또다른 스펙을 얹어주기를 주저한다. 그게 그들에게 궁극적으로 이득을 준다해도.

내가 컨트롤 하기 쉬운 만만한 상대를 앞세우는 게
심정적으로 편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자신만의 일을 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