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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급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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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Apr 10. 2017

그녀의 부케는 누가 받을까

관계맺기의 두려움





참 많은 관계맺기에서 도망쳐왔다.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사는 게 사람사는 인생이고 삶이련만

최대한 서로 상처를 덜주고 덜받는 쪽으로
그래서 관계맺기를 주저하고 도망쳐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친구에게서 부케녀 (?) 를 부탁받았다.
나를 1순위로 생각했다고 해서 놀라웠다.
우린 친하지만 그렇다고 연락을 자주하진 않고
일년에 보는 날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녀도 나처럼 관계맺기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부케를 나에게 주고싶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겉으로 티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람들 앞에 서고
누군가의 사진첩에 비중있는 역할로
오랫동안 남는 것이 두려워서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그녀의 말 때문에 다시 생각을 바꿨다.

바로 자기 사진첩에 오랫동안 남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주고싶지 않다는 것.


내가 아무리 관계에서 한발짝 떨어져있고 싶어도
여전히 나는 어딘가 소속돼 있고 얽혀있다.


매일같이 연락하고 시간을 보내야만 의미있는 관계는 아닌 것인데, 나는 너무 그동안 관계 맺기에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았나.


내가 그 관계에 소홀했을 때 상대방이 받을 상처
그리고 그들에게 받을 미움
그들이 나에게 소홀했을 때 내가 받을 상처


나는 그 모든 것들이 두려웠던 것이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관계맺음을.


그녀의 결혼식에서
성혼 선언문을 읽어주며
부케를 받으며
추억의 한켠에 머물기로.




B급인생, B급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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