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The divorce sucks really...
아이와 함께 아주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집 근처에 있는 실내 놀이터에서 우연히 어린이집 친구를 만나, 둘이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자유롭게 놀게 하였다. 나는 손녀를 봐주는 할머니와 같이 2시간 이상 수다를 떨며, 아이를 종종 체크하고 같이 놀기도 하면서 아주 밸런스 좋은 양질의 4시간 육아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실내놀이터 마감시간까지 놀았는데도 좀 더 야외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했지만 점점 추워지고 아빠에게 데려다줄 시간이 가까워져 집에서 간단하게 이것저것 챙긴 후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아이는 실내놀이터를 나설 때부터 시작에서, 집에 도착해서, 버스를 탈 때 그리고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내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엄마랑 살고 싶어, 아빠한테 가고 싶지 않아."
"왜? 아빠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리고 지금 널 만나길 엄청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오늘은 아빠집에 가야 돼. 오늘은 아빠랑 자고 내일 엄마랑 또 만나면 되지..."
"아 싫어~~ 엄마랑 같이 있을 거야!"
예전에도 한번, 아이를 아빠에게 보낸 후 오전 요가 수업을 가려고 했으나 아이가 막무가내로 울고 불며 조르는 바람에 결국 수업에 가지 못 하고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몇 시간 좀 더 보내다가 겨우 아빠에게 인도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날도 아이가 절절하게 졸라댔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홀로 주중 내내 아이와 씨름하고 실랑이하며 보냈던 에너지 소진분량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며 채우기 위해서, 적어도 하루 정도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결국은 광화문광장에 내려서 세종대왕 동상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빠를 만났어도 내 뒤에 숨으며 칭얼대는 아이를 보며 속이 답답하면서도 미안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아무리 설득해도 아이는 계속 내 손을 잡고 아빠의 손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는 이날 왜 이렇게 나랑 헤어지기를 거부했을까? 이날은 그냥 평범하게 보낸 하루였는데...
그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하루가 나의 아이에게는 어쩌면 정말 완벽했던 하루 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했다.
정말 온전히 아이에게 자유를 주면서도 아이와 같이 붙어있는 시간에는 같이 놀이를 하고 같은 반 노래 친구와 함께 노는 시간이 아마 아이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을까? 아이는 정말 나와 헤어지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고 그 마음이 정말 간절하다고 느꼈다.
"그냥 하루 밤만 아빠랑 자고 오면 되는 거야. 엄마도 오늘 볼 일이 있기 때문에 널 보낼 수밖에 없어."
그러자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모든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울음이 울려 퍼지는 곳, 아이에게로 향했다. 별 신경 안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들들은 아마 우리가 이혼 가정이라는 걸 단숨에 알아채을 수도 있을 상황이 연출되었다.
정말 난감하면서도 아이가 안쓰러운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아이를 안고 달래 주다가 결국에는 계속 이 상태를 지속할 수 없었기에 바로 신호가 바뀌려는 찰나에 아를 떼어놓고 초록 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건너가는 길 내내 뒤돌아 보며 손 하트를 그리면서 아이를 쳐다봤지만 나를 외면하며 여전히 울부짖고 있었다.
우는 아이를 두고 떠나가는 상황을 겪으니 마음이 정말 좋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도 약속이 있었기기 때문에, 이래야 나도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최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고 했다. 그날과 그다음 날 오후 6시 전까지는 온전한 나만을 위한 날이고, 아이를 떼어놓은 김에 최대한 행복하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아이가 나에게 다시 돌아온 다음 날 저녁, 다시 시작된 육아는 역시 쉽지 않았다.
아이는 내 말을 듣지 않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조르고, 잘 시간인데도 놀이를 더 하겠다고 하면서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 상황... 늘 있는 일이지만 계속 반복되는 이런 상황이 그리 유쾌하지 않고, 한결같이 긍정 에너지로 아이를 대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늘 역시 유난히 힘들었고 아이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본인 감정과 목소리를 컨트롤을 하지 못해 빽~! 소리도 지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난 귀가 아팠고, 정말 심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
그렇게 아이를 억지로 재우기 위해 아이를 씻기고 겨우 침대로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아이와 침대에 누워서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했다. 대화를 회피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 아빠가 같이 살 수 있었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어쩔 수가 없단다. 엄마 아빠는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같이 살 수가 없어. 엄마 아빠가 같이 살았다면 네가 이렇게 슬플 일도 없었을 텐데 엄마가 정말 미안하고 아빠도 너에게 미안하다 생각하고 있을 거야."라고 아이에게 말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아이는 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좀 더 차분해졌고 내가 미안한 마음을 말하며 눈물짓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 역시 뭔가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만 읽으려고 고집하고, 안 들어주면 투정을 많이 부리는 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내가 가져왔던 새로운 책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읽었다. 나 역시도 계속 이런 상황에 눈물짓고 감성이 젖어서 나약해 빠진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눈물을 훔친 뒤, 책을 두 손에 꼭 쥐고 재밌게 읽어 주었다.
플라스틱 칫솔이 바다를 여행하는 책이었는데 아이가 꽤나 흥미로워했고 나도 최선을 다해서 내가 플라스틱 칫솔이 된 것 마냥 열심히 책을 읽어줬다. 아이는 거의 이야기의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마지막 장에서 결국 눈을 감고 스르르 잠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나는 아이의 이마와 눈에 입맞춤을 하고 이 글을 적고 있다.
정말 아이가 나와 헤어지기 싫은 상황과 그 때문에 아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그런 아이가 애처롭고 미안할 뿐이다. 이 점이 이혼에 가장 큰 단점인 것 같다. 그렇다고 아이를 위해서 억지로 싫은 사람과 인생의 여정을 계속 함께할 수 없고 그 선택 역시 결국은 아이에게 또 고스란히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에게 이혼이란 선택은 필수 불가결한 답과 같았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컨트롤하기는 정말 쉽지 않고 자주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한 이혼은 장려하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의 이혼은 정말 헤쳐나가기가 싶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