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앱 이야기. 양다리 2화

첫번째 썸남 2번 차고 두번째 썸남 3번 찬 이야기

by colorsense

첫번째 썸남 2킥


목소리는 내가 왜 자신을 떠나가는지 알기에 격노하였고 그렇게 관계가 마무리가 되는 듯 했지만 내가 그랬듯이 그도 나를 끊어낼 수가 없었나보다. 그는 모든 대화 삭제와 나의 연락처를 지웠지만, 내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페이스북에 나를 친구추가 했다. 나도 그가 나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길 원했던건 사실이었고 그가 그렇게 행동했을 때 너무나 기뻤다.


그 와중에 다시 잘해보기로 한 SF와 1주일간의 텀을 두고 계속 연락하다가 그가 연락한지 10일차인 주말에 만났다. 그와의 만남은 여전히 좋았다. 내가 원해서 그와 찍은 인생네컷세컷은 마치 로코 영화나 드라마 같았다. 정말 예상치 않게 너무 예쁜 그림이 나오기도 해서 깜짝 놀랐고 술을 잘 안마시는 나지만, 그와 마시는 맥주는 씁쓸하지만 향기로워서 그리고 그 분위기에 취해갔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작은 문제들이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 중 몇가지를 꼬집어 보자면, 내가 뭔가 먼저 이야기를 주도하지 않으면 대답이 단답형으로 이어지던가 대화에 있어서 핑퐁이 되지 않는 점, 그리고 메세지 확인은 하지만 답장은 4-5시간이 넘어야 하는 것 등등... 단순히 연락의 빈도가 문제가 아니라 문자의 퀄리티나 그의 마음가짐이 뭔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가 일부러 그러는지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걸 또 문제삼아 대화없이 또 다시 관계를 끝내거나 말못하고 혼자 꿍하고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와 터놓고 얘기를 했다.

그렇게 그와의 통화를 통해 내 의사가 잘 전달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야기를 한 바로 다음날에도 내가 싫어하던 패턴이 계속 이어졌고 나는 또 한번 그에게 크게 실망했다. 실제로 만나면 캐미가 좋지만, 일주일에 반나절 만나는 짧은 만남의 시간과 통화도 거의 안하는 상황에서 그와 내가 서로 나누는 문자 메세지들은 너무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 5일간을 나 역시 무미 건조하게 그리고 지연된 답장을 보냈다. 그에게서 '보고싶다.'는 등의 여러 마음의 표현들을 전송 받았지만 그의 노력과는 달리 그에 대한 내 마음은 무뎌지고 있었고, 그 주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그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가장 크게 드는 마음은 '그에게 내 마음을 다 주고 전념할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 기간에 목소리와 연락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SF와는 안정된 느낌을 받지못해 번뇌하던 나의 고민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목소리와 대화를 하면서 또 다시 마음이 목소리(나에게 관계에서의 안정감을 주는)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고 마치 자석에 끌리듯 그에 대한 마음이 끝나질 않아서 미칠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와 유머감각 그리고 눈웃음, 무엇보다도 나의 이런 어중간한 양다리 상황을 알면서도 나를 보듬어주고 좋아해주는 그의 한결같은 태도가 그와의 연락을 과감하게 끊어내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섣불리 그와 다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고 조금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SF와 만나기로 약속한 주말이 되어 만났지만 재회하는 순간에도 서로 손을 잡지 않은채 원래 가기로 했던 레스토랑으로 갔다. SF는 내가 우리 관계의 끝을 고려한다는 점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길에 내가 먼저 '할말이 있다.'고 말하자 그는 조금 깜짝 놀라했다.

그렇게 둘이 식당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나는 내 모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도 내 생각에 대해 엄청나게 항변을 했다. 이미 내 마음은 결론이 나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다가 어이 없게도 그 대화의 끝에서 웃음이 나는 나를 발견했다.

더이상 20대의 풋내기 같고 전전긍긍하는 그런 연애는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커서 그에 대한 마음이 커지는걸 억제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SF를 좋아하긴 한 것 같다. 어떻게 동시에 두 사람에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이렇게 헷갈려하며 심하게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지... 나도 내 스스로를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원래는 이 날이 그와 나의 마지막 만남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와의 관계를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감정이 드는 와중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와 다시 손을 잡고 키스를 하게 되는 나를 보면서 정말 자제력이 1도 없구나 라는 자아성찰도 하게 되었다.


목소리와 나는 원래 모든 걸 다 얘기하는 터라 이 소식을 목소리에게 전하자 그는 매우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약 이틀을 더 연락을 하다가 그로부터 '나와는 더 연락할 이유나 의미가 없다.'면서 내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내안의 감정이 또 꿈틀대었고 시작도 제대로 못한 강렬한 감정이 담긴 연애를 하기 위해 목소리에게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 당시에 내가 그에게 보냈던 문자들을 다시 보니 그 문자들은 정말 '사랑에 빠진 여자의 것'이었고 그와 함께하는 미래도 그리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주 허무맹랑하기도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아예 없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가 이주를 꺼려하기에 내가 그의 나라에서 거주하는 옵션이 베스트였고 나는 모험을 하는 사람이기에 그런것까지 모두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미래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보다는 당장 만나는 일이 시급했고, 만나서 서로 캐미가 있는지 확인하는것이 가장 큰 명제였기에 이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도까지 내 감정에 대해서 확신한적이 거의 없어서 나는 이제 정말로 두 남자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여기저기로 흔들리는 것을 그만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목소리에 대한 확신에 찬 감정을 간직하고 두번째로 SF를 차버렸다. 아마 그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분명 주말에 만났을때는 서로간 이견이 있어도 결국엔 대화로 잘 해결했기에 그런 상황을 앞으로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했을테고, 스킨쉽도 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것 같은데 어째서? 그러나 내가 목소리와 연락한다는 사실도 그에게 솔직하게 다 말했으니 시작도 제대로 못했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통보받게 된 이별을 납득하기는 그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그래도 떠나간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두번째 썸남 3킥


어쨌든 SF와 그렇게 정리하고 나서 목소리와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을 하려고 했지만 그 애정사업에 몸을 다 담구기도 전에 발만 담궈도 뜨거워 데일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기분은 목소리가 이제 정말로 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나를 만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목소리였다면 내가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여행을 할 때 그 목적만으로 가진 않을 것 같다. 그와의 만남 외에도 내가 하고 싶고 보고 싶었던 것들을 계획하고 그 시간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도 계획을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려 한 달을 한국에서 체류할 예정이고 오직 나만 보고 만나기 위해 온다고 하였다. 그의 말 중에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한국에 오면 같이 지내면서 할 일들의 대부분을 내가 계획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본인의 여행스타일은 누군의 계획을 따르는 팔로어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내가 일하는 동안에는 다른 공간에 있겠지만 따로 할일을 만들지 않고 집안일을 돕거나 잉여롭게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감동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정말 나만 바라보러 한국으로 온다고 하다니... 나는 싱글맘이라 집안일 뿐만 아니라 아이도 케어해야 하고 회사일도 해야하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도 많아 늘 시간이 부족한 편인데 그가 나만을 위해 온다는 전제가 깔리니 내가 그를 위해 더 애쓰고 뭔가를 해줘야겠다는 압박감과 동시에 나의 소소한 자유시간마저 그에게 점유되고 박탈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를 진짜 사랑한다면 이런 기분이 들면 안되는 것이었다.

내가 왜 이럴까 생각했는데, 결국은 그의 외모와 나에 대한 그의 헌신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였던 것 같다. 분명 나에게 올인하는 그의 모습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생에서 그 포션이 절대적으로 크게 느껴졌다. 그말은 그만큼 나만을 위한 시간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그의 외모에 대해서 우회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그는 나를 위해 살도 빼고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면서도 그의 말과는 달리 운동따위는 전혀 시작하지 않았다. (식후 걷기운동은 했지만...)그의 라이프 패턴은 직장에서 일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휴식 하는것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그를 스스로가 선택해서 바꾸는게 아니라면 내가 강요하면서 까지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컸던 외모적 리스크는 동양인 외모에 머리가 없는것. 이건 어떻게 해결이 안되는 것 같다... 우리 아빠도 대머리라서 나도 정말 그 부분을 극복하려고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정말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려고 하니 무시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목소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한 번 캐주얼하게 만나보고 연애가능 여부를 부담없이 결정할 수 있었을 텐데, 그 한번을 만나는 상황에 따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와 마음이 급 식어갔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세번째를 마지막으로 진짜 그를 놓아주기로 했다. 이번 이별통보 역시 그는 흥분하며 나와의 모든 대화 내용 삭제와 소셜미디어 언팔 그리고 '카르마'를 운운하며 나를 저주를 했다. 그러나 또 다시 그는 대화를 또 걸어왔고 그에게도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며칠간은 그와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통화를 요청하고 집요하게 묻는 그를 향해 결정적으로 모든 나의 마음들을 여과없이 이실직고 했다. 정말 말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부담감과 외모 때문에 우리는 안되겠다.'는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가 요청한대로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그를 언팔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그는 "얘기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언제는 얘기하고 잘지내."라는 메세지를 보내왔고 그의 메세지에 "고맙다."고 단답했다. 그런데 또 다음날에도 다시 메세지를 보내왔다.

"너에게 보내는 내 마지막 메세지야. 아무래도 널 포기할 수가 없어. 미래에 너에게 돌아갈게. 우리에게는 끝나지 않은 것들이 있으니..." 그러나 이 메세지에는 답장하지 않았고 그게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왜 양다리를 걸쳤을까?


그렇게 나는 똑같은 사람에게 3번의 실망감 그리고 2번의 실망감을 안겨준 갈대같은 양다리 여자가 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내게 진심이면서도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설명을 더 보태자면, 나의 지난 연애와 결혼생활은 정말 진심으로 사랑받았던 25살때 단 한 번의 4개월간의 연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 끔찍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내가 모든 관계에서 피해자는 아니었다.)

20대 초, 약 2년간 사귄 나의 정식 첫 남자친구는 대학생의 풋풋한 사랑을 꿈꾸었던 나에게 패션센스나 외모적으로 지적하는 발언을 종종했고, 내가 추궁하고 캐내진 않았지만 여자의 촉으로 느낀 바람의 정황이 있었다.

20대 후반에 스카이프로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은 2년간 연락하다 프랑스로 만나러 갔을 때 만나는걸 거부하고 잠수를 탔다. 와인만 진탕마시게 하고 그 사람은 이메일만 보내다가 끝나버렸다.

30대 초반 사귄 남자친구는 멋진 외모와 더불어 유학생 경력?에 화려한 언변으로 나를 사로잡았지만 지독하게 그리고 가혹하게 나를 폄하하고 모욕하고 가스라이팅까지 하면서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미련하게도 그와 결혼을 꿈꾸며 그의 가족과 살갑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며 2년 가까이 연애했다.(내 생애 최악의 남자친구였지만, 내가 얼굴에 정신팔려서 제정신이 아니었던듯...)

그리고 30대 초중반에 시작한 6년의 결혼생활에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게 만들었던 전남편까지...


참 이러고 보니 남자복이 없는건지 남자 보는 눈이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40대가 된 내가 연애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 자신'이었다.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고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파트너가 필요할 뿐이었다. 그런 파트너일거라고 예측이 되는 두사람이 동시에 내 인생에 등장하니 나도 나를 어쩔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후회가 남을거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내 자신을 잘 알기에 이것도 다 끝이 있을거라 생각했었고 결국은 갈무리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은 양다리는 안할거고 못하겠다. 그 에너지를 나와 나의 아이에게 쏟는게 훨씬 현명하고 내게 필요한 행동이며 행복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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