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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Jan 09. 2020

가족계획:선택의 자유와 걱정거리들

잘 모르지만 가족계획해도 괜찮을까?

아무리 기성세대 어르신들과 프로 참견러들이 세상을 활보하며 여러 부부들의 가족계획에 대해 왈가왈부하더라도 이제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사회로부터 한 가정의 선택에 대한 비판보다 수긍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가족의 형태를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그러나 새 가족 구성원을 만들지 않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삶의 변화폭이 큰지라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자녀도 상관없었지만 우선 협의된 사항은 자녀 한 명, 희망사항은 여아. 그러나 모든 건 하늘의 뜻이라 성별도, 아이를 갖는 거 자체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이치. 그러나 내 맘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뭔가 일어나기 전에 걱정부터 줄줄이 따라오는 것 같다. (이번 글은 90% 내 입장에서 쓴 글이다.)


직장

타의에 의해 월급루팡이 된 듯 가시방석과 같은 회사 생활로 방황하다가 다행히 회사생활 1년 반만인 2020년 내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가족계획을 올해로 잡았지만, 이제야 일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회사에서 내 입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한참 열심히 해야 할 때에 아이가 생기면 후임도 없는지라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라 계획대로 아이를 갖더라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도 길어봐야 5~6개월 정도일 것 같다. 너무 자리를 오래 비우는 것에 대해서 회사도 나도 부담감이 있으니 말이다.

아예 1년 휴직하면 좋겠지만, 자녀들이 초등생 이상인 외벌이 남자 직원분들과 싱글인 여자분들만 있어 임신-출산-육아에 대해 헤아려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그리고 10년이 넘은 이 회사에 직원의 임신 전례가 없어서 회사가 배려해주지 않는다면? 이래서 경력단절의 위협은 나도 어쩔 수 없이 느낀다.


생물학적 나이, 내 몸의 한계

(브런치에서는 40대 분들도 출산과 육아를 하신다고 종종 글을 올리는 것을 봐오긴 했지만) 나도 30대 중반이라 내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서 가족계획을 장기간 보류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나이가 아니다.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한 살이라도 몸이 쌩쌩하고 젊을 때 하는 게 아이와 엄마의 건강을 위해서나, 양육 시 아이의 에너지를 커버할 아빠 모두에게 좋은 것 또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작년 한 해는 큰 병은 아니지만 아픈 곳이 많아서 내 몸 하나 추스르느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상태인가? 계획한 시기가 될 때까지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더불어 아이를 낳는 과정과 낳은 후에 닥칠 몸의 변화도 걱정이 된다.


남편도 육아의 공동주체가 될 수 있을까?

임신-출산-육아 가족 공동의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에 있어서 부부가 동일한 선상에서 처음부터 적극 참여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양육'을 사회적 성공과 가계를 위해 우선순위에서 미뤄두는 아빠들이 엄마들에 비해 더 많은 것 같다. 이것은 문화권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사람의 성향에 따른 차이도 큰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가 문제라고 본다.)

내 절친(남편)도 자신에 일에 몰두하면 주변을 둘러보는 것에 여의치 않은 타입이고 가족계획의 의지에 비해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정보나 예비 아빠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획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예컨대 우리는 매년 연말마다 미국으로 가족을 보러 간다. 그래서 난 임신이 성공했음을 가정하여 안정기 전인 3개월 이전 장거리 비행을 피하기 위해 언제 임신 시도를 해야 하고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날짜를 계산해서 남편에게 알려줬다. 그랬더니 (왜 그런 것 까지 계산하냐는 듯) 피식 웃으며 "몇 개월이든 간에 배 속에 아기가 있는 채 미국으로 가서 그 소식을 전달하고 싶다."라고 하는 것이다. 

가족계획이 있다면 적어도 상식적인 것은 알고 있어야 하는데 남편은 그마저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임신과 출산이 산모의 생명을 거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는 것도 말해주면 '너무 심각하게 말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남편이 임신과 출산의 간접적&직접 참여는 고사하고 그 힘듬을 헤아리지 못하거나, 자녀양육 시 주체의식의 부제로 출산 후 반-독박 육아가 될까 싶어 걱정이 되었고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해 함께 공부하며 바람직한 대해 많이 주입시켜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헤아릴 수 없는 삶의 변화

예전에 남편이 미국에 있을 때는 본인 인생에 못해도 3명의 자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니 생각이 점차 바뀌었고 이젠 나처럼 없어도 상관없고 갖는다면 한 명의 자녀만을 원한다고 했다. 그 주제에 대해서 지난 12월에 미국에 다녀왔을 때 못해도 2명 이상의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누나들과 대립해 30분간 토론을 할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남편이 이해가 되는 것이 내가 보기에도 세 자녀와 두 자녀를 가진 남편의 두 누나의 삶은 여러 가지 측면으로 봤을 때 부족하진 않지만 결코 녹록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내 주변을 봐도 20대에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대체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30대가 지나서 결혼한 친구들, 자녀가 한 명 있는 친구들, 경제적으로나 양가 부모님이 자녀를 봐주셔서 여유가 있는 친구들만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거나 자신의 경력을 간신히 유지하며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

몇 명이든 자녀가 있기 전후로 삶의 모양이 완전히 바뀐다고 들어왔고 그걸 직접 목격했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면 일어나는 변수들을 전부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계획대로 살아갈 수 없는 인생의 무게를 잘 짊어지고 담대하게 걸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아이는 있어도 없어도 우리는 잘 살아갈 것이고 나는 아이를 갖는 것이 귀여운 것들과 반려동물들에 끌리는 '본능'에 충실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 때문에 꼭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건 이성적인 판단을 거스르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끌림이 있다. 

나의 한국 엄마가 "애 안 낳는 사람들은 이기적인 사람들이야.", "애는 하나만 낳으면 외로워서 안돼, 둘은 낳아야지." 하는 말에 기성세대의 가치관만 옳다고 하시는 것 같아 속으로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내외가 딸 한 명만 낳을 거라는 말을 나의 미국 아빠가 들으시곤 "내 성을 물려받을 남자아이가 없으니 섭섭하다."라고 말씀하시니, 남편은 손사래를 쳤지만 나는 '딸이 아닌 아들을 낳아야 하는 건가? 아니면 둘을 낳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수많은 어려움과 현실의 벽이 기다리고 있을지언정 이미 이름도 지어놓았으니 우선은 가보지 않은 그 미지의 세계인 아이가 있는 삶, 우리의 가족계획을 관철시켜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는 축복이고 행복이지만 가족에서 1순위는 부부공동체 그다음이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우리가 아이를 갖는다면 어떤 모습일지도 참 궁금하다.



2020.1.17 첨언.


이렇게 글을 쓰고 난 후 우리가 스스로 계획한 삶의 변화에 대한 준비를 못한것 같아 불안감이 엄습했다. 

'가만있어보자... 아이가 생기는게 다시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거라면? 내가 좋아하는 해외여행, 특히 장거리 여행은 근 10년간은 꿈도 못꿀텐데... 그래, 당장 유럽여행을 알아봐야겠다!' 

이 생각을 끝으로 1주일만에 이탈리아 북부지방 여행 루트와 예산짜는 것을 끝내버렸다. 남편 직업 특성상 남들이 다 휴가를 가는 기간에만 가게되어 비용이 더 들고 예약도 미리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휴가 계획을 마치고 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데, 내가 좋아하는 여행도 못하고... 아이가 있는 삶으로 인해 달라지는 것들과 별개로 나는 확실히 아이를 위해서 전심으로 희생하고 그 세월을 보상받고자 아이에게 집착하는 부모는 되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선언했는데, 그게 과연 내 미래의 아이에게도 좋은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미래의 아이가 우리의 바램처럼 건강할지도 모르고, 건강하더라도 우리의 가치관을 이해할만큼 열린 사고를 하는 자주적인 아이면 좋겠지만 그(녀)의 성격까지 우리가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크나인 님의 브런치 중 피아노 보관소는 싫어서

그리고 브런치를 기웃거리다 다른 작가님의 글을 보고나서는 [딩크족]이 되는 것도 당연히 고려해야한다고 느겼다. 글을 읽은지 얼마 안된 날에 타이밍이 어떻게 맞아서 이 주제에 대해 미혼인 친구와도 얘기 해봤다. 본인은 결혼은 좋지만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확답을 했다. 자신은 모든 상황을 감래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이 주제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는건 아니지만 엄청나게 내적갈등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내가 이 주제에 대해 스트레스가 없는건 다행히도 이 상황에 대해 강요나 참견하는 가족과 지인은 많이 없는 복을 타고 나서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행운이다. 불과 10년전만해도 아이를 안갖는다고 하면 부부 둘중 한명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쇼윈도 부부라거나 이기적인 사람으로 생각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존감이 높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도 구설수는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litergrapher 님의 브런치 중 자녀없는 노년에 대한 상상

그런데, '내가 딩크족이 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지?' 대한 가정에서 나오는 내 자문을 그대로 옮긴것 같은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많이 공감을 한 부분도 있지만 내 나름대로 이해한 바로는 자녀계획이 내(부부) 노후를 위한 '감성적 보험'이라고 느겼다. 이 또한 철저히 '나(부부)를 위한 대비'라는 생각이 들어 내 스스로에게 다시 자문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 없이 단지 '대의' 또는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를 갖고 키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 까라는 생각도 든다. 인간이기에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함에 있어 어떤식으로든 이기적일 수 있는 게 당연한것 같다.

그래서 확실한 건 올해까지도 위의 선언과 별개로 난 마음의 준비가 안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아이가 없는 삶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고 만족감이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비록 내가 생각이 바뀌었을 때 내 상황이 내 의지를 뒷받침해줄 수 없더라도 지금은 그렇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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