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평생 직업을 못 찾은 절친과 나를 위해 쓰는 글.
소시민의 현실
원래부터 부유해서 또는 자수성가로 돈을 만질 수 있어 건물을 사거나 투자로 재미를 볼 수 있는 경우나 재주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이용되는 콘텐츠나 재화를 개발하여 인세를 받을 일이 없다면 우리는 평생 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말하는 어떻게 내 집 마련했는지? 이렇게 하면 참 쉽다! 이런 종류의 조언은 솔직히 우리 세대에게는 현실성도 실효성도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래서 우선 우리 부부는 각자의 위치에서 부를 축척하기 위해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하며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근데 우리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스트레스받으며 남의 존엄성을 짓밟으며 자신만의 세상이 옳다 하는 사람 밑에서 일해야 하나? 언제까지 쉬고 싶을 때 못 쉬고 원하는 만큼 내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굴레에 갇혀 지내야 할까?
글쎄.. 우리가 잘하는 것들의 성향이나, 우리의 성격에 부자가 되는 것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부자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도 잘 모르겠고 그들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면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나, 일을 많이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모양을 만들어 한결같이 훈련해야 한다.
2020년 새해 계획
새해 첫 달의 어느 주말에는 각자 그리고 공동의 새해 계획을 서로 공유해보기 위해 카페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작년엔 얼마큼 목표를 달성했나? 난 50%도 못 지킨 것 같고 절친은 나름 선방했다. 리뷰를 끝내고 또다시 작년과 비슷한 올해의 작은 목표들을 적어 내려갔다.
여하튼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편이 일상에서 본인이 생각했을 때 재미있다고 느낀 에피소드를 티셔츠에 문구로 사용하고 싶다며 의견을 물어봤다. 나는 처음에는 '그게 왜 재미있지?' 공감을 못했고 내 리엑션에 남편은 잠시 의기소침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그의 기세를 좀 더 북돋으려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부부의 아이디어가 발전되어 그날 아이디어의 캐릭터 초안까지 만들 수 있었다.
둘 다 사업에 재주가 없는 줄 알았는데 막상 머리를 맞대어보니 나름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가서 의외였다. 앞으로도 이 아이디어에 대해 합이 잘 맞춰질지가 문제지만 이렇게 아이디어를 짜 보는 것만으로도 꽤 건설적인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 아깝지 않았다.
이렇게 크고 작은 잡다한 아이디어들이 실현이 되고 그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미 그런 크고 작은 시도들이 현실화되어 많은 회사들과 브랜드들이 우리의 눈 앞에 놓여있다.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사람들은 돈을 들여가며 자기가 확신하는 사업이나 존재를 브랜딩을 하는데, 우리(또는 나)를 어떻게 브랜딩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차근차근히 달성할 수 있는 평생의 업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좋아서 하는 그 일로 캐시카우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만 하니 물음표만 가득해져서 이제 행동할 때이다.
낙오자가 되고 싶진 않다.
'어디가 우리가 살 최상의 장소일까?' 꿈과 조금 노선이 다를 수 있지만 얘기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우리 부부는 국제커플이니까 (내 입장에서는) 왠지 우리 각자가 인터내셔널 해야 할 것만 같다. 남편은 이미 그렇다. 국제적인 언어인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이고 한국에서 체류 중이며 한국 말고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30대 초반이니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그래서 남편에게 한국말을 능숙하게 잘하게 되면 한국에서 자리 잡는 건 일도 아니라고, 어쩌면 어떤 글로벌 센터의 장이 되지 않겠느냐고 오지랖을 떨어댔다. 그런데 (비교 기준이 맞지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둘 중 나는 그다지 국제적이지 않다.
우리가 당분간은 계속 한국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이유로 우리를 위해서 결정한 것이지만, 그중 하나는 냉정하게 나를 평가해봤을 때 내 영어실력과 경력, 그리고 경험치는 국제적으로 통하기엔 애매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자평하기 때문이다.
한국 토종기업만 다니던 내가 운이 참 좋게도 지금은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막상 영어만 해야 하는 외국인 소굴에서 근무해야 한다면 지금 경험하는 한국 기업문화의 어려움보다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더 큰 시련을 감내하게 될 거라고 본다. 비단 일하는 걸 제외하더라도 사실 남편의 나라에 가면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일지라도 원어민들과 심도 있게 어울리는 건 지금의 내 언어능력으론 쉽지 않다.
또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도 많은 성격인 데다가 욕구에 비해 실력이 애매한 게 문제다. 요즘에는 일이면 일, 취미면 취미 여러 가지 분야를 다 잘하는 팔방미인들이나 무려 12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유투버도 보이니, 그들이 들인 노력과 시간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점검해보면 참 비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히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영어 공부는, 하려고 하지만 다른 것들(집안 정리, 개인 취미활동 등...)에 자주 주의를 뺏겨 집중도가 굉장히 낮다. 그래도 해야 하는 건 해야 하니까 포기하지 않기 위해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의 목표는 좋아하는 걸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우리 부부가 겪을 여정에서 내가 낙오자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정말 싫다. 가족이라는 면죄부 하에 스스로를 민폐 캐릭터라고 느끼고 싶진 않다. 이 땅에서는 자주적이게 잘 살고 있지만, 미래에 스스로에게 준 외국에서 사는 삶에서도 힘들게 견디고 버티는 게 아닌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지금의 나처럼 늠름하게 잘 살고 싶은 내 포부를 잊지 말고 그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나태할 나에게 늘 이 마음을 상기시켜야겠다.
그래서, 우린 어떤 꿈을 먹고살아야 하지?
한 때 초 단기간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어디서나 일하고 자유시간과 일의 경계가 없는 디지털 유목민을 꿈꿨다. 그러나 풍요롭고 이상적이게 살아가는 사람은 책이나 기사에서 보는 걸 제외하곤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브런치에서만 봐도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는 적나라한 현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뭐하나 인생에는 쉬운 게 없다. 그저 잘할 수 있는걸 빨리 찾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그게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베스트이고...
나만을 놓고 본다면 내가 계속 일하고 싶은 이유. 이왕이면 큰 물에서 국제적으로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그리고 좀 더 길게 보면 국제적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내가 끈기 있게 좋아하고 영위할 수 있는 종목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내 자존감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지금의 내 자존감은 괜찮은 상태인지 정리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그리고 꿈은 일이나 직업이라는 형태일 거라는 생각의 틀을 자꾸 깨부숴야겠다.
아직까지 절친과 나 둘 다,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를 연마하는 수준이지만 그 과정에서 내 꿈, 우리의 꿈이 점차 확실해지고 단단해지지 않을까? 그나저나 내 절친은 어떤 꿈을 먹고살고 싶을까? 어떤 미래를 위해 오늘을 달리고 있을까? 한번 더 명절 연휴 때 시간을 만들어 가볍게 이야기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