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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Jun 07. 2020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이름 정하기

미래의 너는 우리의 가족이야.

브런치 아현 작가님의 스무 살의 아빠가 지어놓은 나의 이름 을 읽고 나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떠올렸다.

현겸이. 친구가 미래의 자신의 아들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처음에 '겸'이 들어가는 그 이름의 낯간지러움과 함께 이름을 벌써 정해놓은 그 동창 친구가 웃기다고 생각했다.


난 읽지 않았지만 알고만 있는 '언플러그드 보이' 같은 만화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유행 타는 느낌...) 게다가 언제 결혼해서 엄마가 될 줄 알고 아기 이름을 그것도 어떤 성별의 아이를 가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들 이름을 짓다니.(진짜 아들을 낳긴 했다...) 그 당시 오락실에 가거나 떡볶이 집에 가거나 입시 미술학원에 가느라 그런 먼 미래까지 생각할 겨를은 없었던 나와는 참 상반된 모습이다.


미래의 아이의 이름을 생각해보는 그 말랑말랑한 감성은 고등학생이면 어렵지 않게 가질 수 있겠지만, 창창한 스무 살 청년이 벌써 미래에 꾸릴 가정과 그 가족 구성원인 아이의 이름을 생각했다는 일화는 지금 이 시대에 봐도 감성이 풍부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의 아이 이름 작명 감성은 30대가 되고 나서야 작동했는데, 내 아이의 이름은 내 이름과 미래의 남편의 이름 한 글자씩 가져온 아이 이름을 만들고 싶었고 나름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마음을 단단히 굳혔다. 남자 친구(현 절친)와의 진지한 만남이 계속되자 어느 날,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네 이름의 'li'과 내 이름의'아'를 조합해서 미래의 우리 딸 이름은 '리아'야.


그도 동의의 추임새를 보여줬고 우리는 진짜 부부가 되어 벌써 1년의 신혼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2년째 신혼생활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는 이제 아이 계획도 있어서 진지하게 여러 가지로 공부 중이다.


그렇게 공부하고 몇몇의 정보들을 수집해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우리가 딸만을 생각하는 건 '신의 뜻을 모르는척하며 우리 좋은 것만 찾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들을 시도했다는 사람들의 후기들을 보니 성별은 그저 랜덤으로 부부에게 주어진다.


그렇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건강한 아이가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도하는 것뿐. 그래서 우리의 '리아'는 세상에 존재할 수도 존재치 않을 수도 있기에 남자아이의 이름도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런 이야기를 남편과 해본 적은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남아의 이름도 내가 한번 궁리해보았다!

도담(순수 한글) : 아이가 별 탈 없이 잘 자라나는 모양 (태명?)
리아(利雅) : 이롭고 맑고 바르게 자라라 (여아 이름으로 이미 확정...)
다온(순수 한글) : 모든 좋은 일이 다오는 이, 다온(多穩) : 평안함이 많은 삶을 살길 바라며

처음에는 영어 같은 한글 이름을 찾았는데 좋은 의미의 이름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순수 한글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이름으로 만들만한 좋은 단어들이 많았다. 그래서 찾다 보니 태명까지 찾게 되었다는...

이 이름이 사람 아이에게 쓰이지 않더라도 혹, 다른 가족을 입양하게 되면 써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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