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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May 25. 2020

결혼 1주년을 보내며...

인생 중에 몇 안 되는 신기한 인연 부부, 그리고 또 다른 인연들...

오늘은 결혼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인인 나와 미국인인 내 절친은 2019년 5월 25일 반지를 나눠 끼우며 합법적으로 부부가 되었고, 1년 동안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확실히 부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연인 관계와는 확실히 다른 '공동체'적인 결속력이 생겼다. 결혼이란 제도는 형식적이기 때문에 얽매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런 사회적인 약속을 함으로써 서로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더 발휘되는 것은 내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사실인 것 같다.

여하튼 진짜 결혼기념일인 오늘,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남편의 한국어 학원 시간 때문에 평소보다 짧지만 그 대신 우리는 지난 주말을 알차게 보냈다. 그저께 토요일에는 (첫 신혼집 동네가 될 수 도 있는) 우리 동내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1년 전에 입었던 웨딩드레스와 정장을 입고 결혼 기념 셀프 촬영을 하고, 성당에서 한 부부의 약속을 보증하는 증인이 되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요리에 대한 열정을 한 그릇에 담아 대접해주는 맛있는 동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내어 점식식사를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새로 이사 갈 수도 있는 지금보다 훨씬 넓은 집의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함께 구상하는 시간을 보냈다.

남들이 하는 화려한 이벤트나 값나가는 선물 교환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편안한 1주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둘 다 건강하게 서로의 곁에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세상 경험하기 쉽지 않은 도플갱어급 인연을 만나다.

억지로 끼워 맞춘 거 아닌가? 하면서도 세기를 뛰어넘은 유명인사들의 평행이론이 존재하는데 일반인인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평범하게 살아서 그렇다고 하기엔 겹치는 부분이 많은 신기한 인연...

나는 꾸준하게 블로그에 글을 올려왔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과는 성격이 다른, 경험한 것에 대해 집요하게 기록하고 내가 쓴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글을 남겼는데, 나의 [미국 남편과의 혼인신고하기], [모교에서 촬영한 셀프 웨딩촬영] 등의 글을 보고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람이 댓글을 남긴 것이다.

처음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나와 같은 대학교, 서양화과라는 걸 이야기하며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블로그 댓글을 남겨서, 서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교환하며 약간의 탐색(?!)할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후배님은 며칠 후 나에게 인스타 쪽지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솔직히 요새는 계정 조작해서 신분을 속이고 안 좋은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도 왕왕 있다고 알고 있어서 이 후배님이 실존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되었고 그 때문에 경계심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코로나를 핑계로 진정된 후 만나자고 쪽지를 보냈다.

그 사이에 그 후배님은 내 블로그에 단 댓글대로 3월쯤 미국인 남자 친구와 혼인신고를 했고(우리도 혼인신고는 작년 3월 5일에 했다.) 결혼 전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제야 실존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안심을 했지만 먼저 연락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한 달 전쯤 다시 후배님으로부터 '성당에서 결혼을 하기로 했는데, 증인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요청에 대해 또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는데, 이유는 성당 결혼식 증인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가능하고 나이도 상관없어서 보통은 아는 사람이 해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왜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할까 싶었다. 그러나 이렇게 까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나한테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면 후배님이 나를 좀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느꼈고 더 이상 부탁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후배님의 요청을 수락하고 결혼식 3주 전에 처음으로 커플끼리 만남을 가졌다. 첫 만남이 어색할까 봐 미리 전화를 해서 인터뷰(?!)를 할까 했지만, 그냥 부딪치고 보자는 생각으로 자리에 나갔는데 별다른 이변 없이 내가 생각했던 성격과 사진과 똑같은 사람이 앉아있었다.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며 추측을 하긴 했지만 얘기를 나눌수록 소름 돋는 공통분모가 많았다. 같은 학교 같은 전공인 것 이외에도 다른 년도이긴 하지만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설마 설마 했는데 결혼한 미국인 남편 역시 내 절친과 같은 멕시코계 미국인이며 그들 역시 천주교 신자라 혼인 성사를 한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혼기념일이 2일 차이밖에 안나는 것 등등...

농담 삼아 모교 앞에 있던 **산의 정기를 받아서 비슷한 인생의 모양을 가지게 된 게 아닌가 얘기하긴 했지만, 정말 후배님과는 생각하는 부분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참 편안했고 후배님의 친절한 마음씨에 반했고,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게 고마웠다.

그날 4시간 동안 식사와 차를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후배님과 똑같이 내성적인 예비 남편분도 나의 남편과 동질감을 느껴서인지 우리 커플과는 조금 더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날 이후에도 나는 후배님과 따로 만나서 점심식사를 한번 하고, 같은 주 주말에 멕시코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는 예비 남편분을 위해 우리 집에 초대해서 함께 멕시코식 저녁식사를 하였다. 속성으로 친해지려고 한 것 같긴 하지만 결혼식 증인이 되기 전 그들을 좀 더 알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제안한 그날 저녁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생애 처음 증인이 되다.

앞서 말했듯이, 지난 토요일인 5월 23일 어느 성당에서 나와 내 절친은 한 국제커플의 증인을 서게 되었다.

작년에 내가 혼인성사를 했을 때 나의 성가대 선배이자 대모인 언니와 형부에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때는 잘 모르고 부탁을 했는데 막상 내가 부탁을 받는 입장이 되니 느낌이 또 새로웠다.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별다른 조건은 없지만, 사실 특별한 경로로 부탁을 받은 데다가 나와 남편을 증인으로 선택한 후배님 내외도 꽤나 절실한 신자인 것 같기 때문이다.

증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내가 증인을 설만큼 신실한 신자인가 하는 자기반성과 함께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모범적인 '성가정'을 이뤄나가야 할 것 같은 책임감도 생긴다.

우리의 결혼에 증인이 되어주었던 분들은 본인들도 아름다운 성가정을 꾸려나가고 있기도 하지만, 내 결혼생활의 작은 굴곡을 극복하는데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되어주었고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내 결혼생활의 롤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 1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런 요청을 받은 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또 다른 형태로써 결혼 생활의 자양분이 되는 일인 것 같아서 참 감사하고, 영광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새로운 부부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의 결혼생활도 계속 행복하길 더 열심히 기도해야겠다. 그리고 증인이 되어줬던 대모 언니 부부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결혼 1주년을 맞아, 나 자신에게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친하게 지내며, 그 전의 우리보다 진보했고, 공동의 목표가 생겼으며, 서로 자기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앞에 놓일 변수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다부진 마음으로 어려움들을 이겨나가자. 덤벼라! 다 상대해 줄 테니! 그리고 건강해지려고 더 노력하고, 지금 이 마음을 잊지 말자!


결혼 1주년을 맞아, 내 절친에게

나의 화장 안 한 모습, 조금만 아파도 앵앵 거리는 투정, 가끔은 어떤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날들에도 한결같이 예쁘다고, 친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가 바라는 너의 모습에 대해 공감해서 스스로 조금씩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고 완벽하진 않아도 진심을 다해줘서 고마워. 마지막으로 굳건한 마음과 건강한 심신을 가지고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너에게 항상 최고를 해줄 순 없지만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하도록 할게. 그리고 더 행복하게 해 줄게. 사랑해!

(오늘 난 네가 좋아하는 Havarti Cheese를 선물로 준비하고 기다릴 거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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