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큰 목돈이 나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결혼, 집 혹은 자동차 매매 그리고 인테리어 수리가 포함될 수 있다. 최근 인테리어 시공 비용은 평당(3.3m²) 200만 원 내외(표준형)로 5~6년 전 만 해도 평당 100만 원대였던 인테리어 공사비는 무섭게 치솟았다. 만약 20평 아파트 인테리어 전체 수리를 하고자 한다면 약 4,00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6월 건설공사비 지수(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비, 노무비, 장비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는 131.07로 2020년 100을 기준으로 약 31% 상승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류비와 원자재 폭등 그리고 인건비 상승이 일어나면서 인테리어 시공비는 급등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싼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건은 총 1,246건이었다. 대표적인 피해 유형은 하자보수 미이행 및 지연 그리고 자재품질·시공·마감 불량이다. 큰 비용을 지출한 만큼 피해 규모도 커진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건설업 등록 등) 제1항에 따르면 1,500만 원 이상 공사비가 소요되는 경우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만이 시공을 할 수 있다. 2022년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진행한 인테리어 서비스 판매 실태 조사 및 견적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1,500만 원 이상 시공 경험이 있는 사업자 678곳(91.5%)중 실내건축공사업 면허 보유 사업자는 119곳(17.6%)이었다. 이런 업체와 1,500만 원 이상 거래 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국토교통부(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 손실 위험을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인테리어 시장의 문제는 업체와 고객 간의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에 기인한다. 복잡한 인테리어 시공 내용과 프로세스 그리고 자재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고객은 견적서는 물론이고 자재 및 시공 품질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 게다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영세한 인테리어 업체에 시공을 의뢰하는 경우 충분한 디자인 컨설팅을 기대할 수 없다.
수많은 바닥재에서부터 벽지, 싱크대 그리고 수납장까지 다양한 자재와 컬러 선택지는 결정 장애를 일으키고 선택 후에도 불안감은 계속된다. 결국 공사가 완료된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더 큰 문제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재품질·시공·마감 불량처럼 컴플레인도 어렵다.
인테리어 교체 주기는 평균 3년~10년으로 수천만 원을 투자한 생활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꽤 문제가 심각하다. 디자인 측면에서 실패와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직감에 의존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예상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사전에 더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상상하던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 간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좋은 공간은 사용자의 삶을 품고 있다. 인테리어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감성을 담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공간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시각적 자료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던 분에게 들었던 인상적인 얘기가 있다. 고객이 모던한 분위기를 원한다고 해서 ‘모던(Modern)’을 콘셉트로 인테리어 시공을 했는데 공사가 완료되자 고객은 매우 당황해하며 이렇게 차가운 느낌은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 것이다. 아마도 고객은 모던한 스타일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듯한데 업체 역시 사전에 모던한 콘셉트에 관한 디자인 시안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20세기 초에 등장한 모던 디자인은 단순한 형태와 깔끔한 라인, 최소한의 장식 그리고 단색의 컬러 팔레트를 특징으로 하는 기능 중심의 디자인 양식이다.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 블랙과 같은 뉴트럴 컬러 혹은 페인팅하지 않은 천연 목재나 금속 혹은 유리, 크롬, 강철과 같이 주로 차가운 느낌이 드는 컬러와 마감재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디자인은 모던에서 파생되었지만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진다.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인기를 모았던 이 디자인은 모던 스타일의 깔끔한 라인과 기능성은 유지하면서 소재와 컬러에 변화를 둔다. 목재, 유리, 금속, 대리석과 같은 천연 자재와 비닐, 플라스틱, 투명 합성수지와 같은 인공적인 자재를 혼합해 사용하고, 뉴트럴 컬러에 탁한 느낌이 도는 고채도의 그린, 오렌지, 옐로, 브라운, 틸 그리고 레드를 조합해 컬러 팔레트를 만든다.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은 단조롭고 차가운 모던 스타일에 비해 다채롭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꼭 특정한 인테리어 디자인 양식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나 이미지를 공간에 담으면 나에게 가장 멋지고 좋은 인테리어 스타일이 완성된다.
공간 컬러의 조화로움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간 컬러는 빛 혹은 면적에 따라 달라지고 주변색의 영향을 받으며 전체적인 조화로움이 중요하다. 사실 이것은 아무리 전문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디자이너들도 무드 보드(Mood Board)에서부터 자재 보드(Material Board) 그리고 3D 디자인까지 다양한 툴을 사용해 디자인 콘셉트를 시각화하고 조화로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눈으로 보는 컬러만이 실제 존재하는 컬러다.
디자이너의 전문적인 툴을 사용하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먼저 원하는 분위기의 인테리어 사진들을 모아 인테리어 보드를 만드는 것이다. 구글이나 핀터레스트에서 원하는 인테리어 스타일과 공간을 조합해 이미지 검색을 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다운로드한다. 하나의 보드에 침실, 서재, 부엌, 거실, 욕실 등 각 공간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선택해서 붙이고 자재, 페인트, 가구, 소품의 이미지를 조합하면 나만의 인테리어 보드가 완성된다.
다음으로 3D 디자인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3D 디자인 서비스는 비싼 전문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에 의뢰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었는데, 최근에는 인테리어 플랫폼 서비스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늘의 집’에서는 아키스케치(Archisketch) 프로그램을 이용해 고퀄러티의 인테리어 3D 디자인을 쉽고 빠르게 해 볼 수 있다. 집주소를 검색하면 도면과 함께 3D로 우리 집 공간을 볼 수 있고, 바닥재와 벽지를 바꾸고 조명과 가구를 세팅할 수도 있다. 자신이 디자인한 공간을 저장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람들과 공유해 반응을 살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분양 중인 아파트의 모델 하우스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최근 유행 트렌드를 알 수 있고 공간을 직접 보고 체험함으로써 가상의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 간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 중 하나는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확산된 친환경 디자인으로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식물을 두거나 친환경 소재의 가구나 소품을 활용한다. 그리고 몇 년간 유행했던 회색 인테리어 시대는 마감하고 따뜻하고 차분한 톤의 베이지, 오프 화이트 그리고 브라운과 같은 90년대 뉴트럴 컬러가 돌아올 예정이다.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 역시 직접 찾아보고 눈으로 확인해 보면 자신에게 편안함을 주는지 불편함을 주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인테리어 공사는 큰 비용 투자만큼 시간과 노력의 투자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나만의 공간은 좋은 에너지와 휴식 그리고 영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