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세상을 읽는 언어

바비 인형에서 커리어까지

by The Color Curator

어린 시절, 나의 바비 인형


어릴 적부터 ‘피부색’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아마도 미국에서 가지고 놀던 바비 인형에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예쁜 것에 유난히 끌렸던 나의 어린 시절 손에는 늘 분홍빛 바비 인형이 들려 있었다. 하얗고 반짝이는 피부, 금발에 핑크 립스틱—그 모습이 나의 워너비였고, ‘바비걸’이 되고 싶어 노력했다.

가끔 엄마에게
“나도 바비처럼 하얗고 예뻤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면, 엄마는 웃으시며
“넌 이미 충분히 예쁘단다”
라고 하셨지만, 유난히 검고 노란 내 피부 톤은 어린 나에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백인 친구들이 쓰는 파운데이션을 몰래 발라보며
“혹시 나도 바비처럼 될 수 있을까?”
하며 기대에 들떴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내가 바르던 파운데이션은 매번 어딘가 어색하게 떠 보였다. 하얗게는 보였지만, 칙칙한 회색빛이 감돌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왜 내 피부에는 어울리는 색이 없는 걸까?”
라는 생각이 며칠이고 따라다녔다. 그 고민은 나를 ‘진짜 바비걸’이 되는 먼 세상 이야기처럼 느끼게 했다.

바비 인형에서 시작된 색에 대한 관심은 대학 시절 퍼스널 컬러 탐색으로 이어졌다. 매장에서 다양한 색조 화장을 시도하고, 잡지 속 모델을 따라 하던 나는 깨달았다.

“하얀 피부도 좋지만, 중요한 건 나에게 딱 맞는 톤과 분위기다.”

나는 유명 메이크업 실장님을 찾아가 내가 바랐던 ‘새로운 나의 모습’을 경험했고, 메이크업 전문가 과정을 통해 단순히 바비걸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바비를 만드는 여정”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퍼스널 컬러를 찾아가는 여정은 단순한 미용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고,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화장품과 색의 세계로 확장되었다.




색과 감각으로 연결된 커리어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박사 논문으로 이어졌다.

“왜 우리 피부에는 딱 맞는 컬러가 적을까?”
“동양인의 피부에 잘 맞는 파운데이션과 색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 질문을 바탕으로 나는 이론과 실전을 동시에 경험하며, 메이크업 포에버 아카데미 전문가 과정을 시작했다. 연예인 메이크업, 무대메이크업, 웨딩메이크업 등등으로 총 10가지의 다양한 메이크업 기법과 바디페인팅과정을 익히며 9개월 동안에 제품의 특성과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메이크업 결과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써의 포트폴리오도 생겼다. 내 안의 ‘바비걸’에 대한 동경은 늘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고, 나는 ‘바비걸’과 ‘진짜 나’의 사이에서 스스로 가장 빛나는 피부색과 색조를 찾아가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 빛은 단순한 화장법이나 제품을 넘어, 삶 전체를 색과 피부, 감정의 연구로 이끄는 시작점이 되었다.


메이크업포에버 실습




뷰티테크, 앱으로 화장을 하다


그리고 메이크업은 나에게 다른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바로 뷰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마트폰이 만능이 되었다. 카메라도, TV도 핸드폰이면 되는 세상. 이제 스마트폰은 우리의 생활과 취향,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메이크업 기능을 탑재하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단순히 피부를 매끄럽게 보정하는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얼굴과 취향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메이크업 경험을 제안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는 컬러 전문가이자 제품 기획자로 참여했다. 색채 이론과 문화적 감각을 데이터와 기술에 녹여내어, 사용자마다 다른 얼굴과 개성을 존중하는 가상 메이크업을 만드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첫 번째 도전은 색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었다. 같은 색이라도 피부 톤, 조명, 화면 해상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피부 톤과 조명 조건을 설정하고 색채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분석하여 왜곡을 최소화한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문화적 차이였다. 아시아에서 선호하는 색조와 유럽의 미적 기준은 분명히 달랐다. 이를 고려해 지역별 트렌드와 메이크업 스타일을 조사하고, 현지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템플릿을 세분화한 것이다.

연구 과정은 정량과 정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방식이었다. 빅데이터와 AI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조색과 적용 정확도를 수치화하는 한편, 실제 사용자가 가상 메이크업을 체험하며 느낀 만족도와 불편함을 심층 인터뷰로 수집했다. “왜 어떤 스타일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 “어떤 컬러 조합이 본인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지”를 분석해 알고리즘에 반영한 것이다.

LG전자의 엔지니어와 AI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수십 차례 프로토타입을 개선했다. 피부 톤 보정, 아이섀도우의 입체감, 립컬러의 발색까지 실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손길을 더한 듯한 자연스러움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10가지 스타일 템플릿으로 각각 대담하고 생기 있는 룩, 자연스럽고 차분한 룩, 은은하고 세련된 룩, 아이돌의 블링블링한 룩, 등을 나타냈다.

그 결과, LG V40 카메라 앱은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을 무대로 삼아 새로운 스타일을 쉽고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