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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존재 May 11. 2020

일상의 단상

1. 지하철 문이 닫히는 중에 할머니 둘이 떨어져버렸다. 한 분은 들어갔는데 한 분은 못 들어갔다. 바깥의 인간은 안을 째려보고 있었다.


2.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비니를 쓰고 있었다. 그렇구나 하고 책을 계속 읽고 있었다. 듣던 노래가 갑자기 거슬려서 껐는데, 지하철의 소리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니를 쓴 남자는 신났는지 발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쪼리를 신고 있었다. 그는 비니를 쓰고 쪼리를 신고 있었다. 쪼리는 걸을 때 찰팍찰팍거리는 소리를 낸다, 물갈퀴처럼. 그가 듣는 노래의 박자를 쪼리의 찰팍임 덕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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