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한잔의 여유 Nov 02. 2021

매니악적인 그가 좋다

매니악적인 면으로 상대편을 감동시키는 미션

113번째 에피소드이다.


오늘 저녁은 학교 후배랑 함께 했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직설적인 내가 그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스스로 뒤돌아본다. 취업준비기간이 3년을 넘어가면서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그에게 내가 모진 말을 던진다. "다 제껴두고 혹시 취업하려고 하는 분야에 왜 가려고 하는거야?" 원론적이지만 사람이 그 분야에서 이 악물고 버티는 이유다. 갈팡질팡한다. 남들에게 보이는 시선, 급여, 복지, 근무지가 도시라는 점 등을 든다. 어찌보면 모든 것을 만족하는 '유토피아적인 직장의 조건'이다. 나는 그 분야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가 '유토피아'라면 '유토피아'인 것이다.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유토피아'가 그를 딱 뽑아 채용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매니악적 반응을 원했으나 나오지 않는다. 그 뒤에 나는 그에게 날잡고 모질게 말했다. 가히 "매니악적 기질" 그게 정말 중요하다.


쉽게 말해, "똘끼"다.   

면접 자체가 그리 길지 않다. 시간 안에 상대편을 감동시켜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착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려면 분야에 대한 "매니악적 기질"이 없다면 쉽지 않다. 경쟁의 테이블을 보편적인 사람들 속에서 찾으려고 하면 생각보다 많은 실패를 맞본다. "매니아적 기질"을 가진 이는 주변에서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한 분야에 통달한 듯이 굉장히 세밀한 예시, 구체적인 사건을 들면서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놈은 "또라이"다. 근데 그 "또라이"가 면접에서는 통한다. 누구보다 자연스럽고, 누구보다 전문적이며 누구보다 그 분야를 후벼파듯이 들어온다. 그러면 보통은 상대편은 감동한다. 이건 '똑똑함'보다는 '유능함'에 더 가깝다.


나는 공학도로서는 취업에 실패한 케이스다. 왜냐하면 그 분야에 매니아적 기질이 전혀 없다. 학점은 넘사벽 수준으로 좋아도 '학점을 위한 학점 공부'의 한계는 면접에서 철저한 실패를 맛보게 했다. 하지만 내가 "매니악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분야에서 단 한번도 인터뷰에서 낙방한 경험이 없다. 그만큼 "또라이"기질이 나온다. 집요하게 파내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예시를 들면서 상대편의 마음을 필시 훔쳐온다.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고 오랫동안 참았지만 오늘서야 그에게 말해주었다. 물론 그는 상당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자리가 마무리되길 바랬으며 어색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현실적인 조언이다.


물론 "또라이"가 아니어도 면접단계를 통과할 순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똘끼"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면 면접을 보는 순간 면접관의 표정이 보이는 것이 바로 보인다. 정말 보인다. 면접은 면접질문에 내가 모두 버벅거림없이 말했다고 잘 본 것이 절대 아니다. 면접관의 표정이 변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 면접을 잘 본 것이다. 그 표정을 어렴풋이 느끼면 면접장 문을 열고 확신적으로 내뱉을 수 있다. "이건 무조건 붙었다."


예전에 최게바라 기획사라는 사회적기업이 있었다. '또라이 콘테스트'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명문장이 나왔다. 아마 기억해두었다가 써먹으면 단숨에 명언제조기로 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또라이를 보고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그 손가락은 엄지다."



작가의 이전글 노동시장 구조에 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